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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유럽’ 호주 꺾은 허정무호 “공격 합격, 수비 보완필요”

입력 | 2009-09-05 22:27:00


´공격은 합격, 수비는 보완 필요.´ 허정무호가 현재 가지고 있는 공격재능을 모두 발휘하며 ´가상의 유럽´ 호주를 제압했다.

허정무 감독(54)이 이끄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박주영(24. AS모나코), 이정수(29. 교토상가)의 연속골과 설기현(30. 풀럼)의 쐐기골에 힘입어 1골을 따라붙은데 그친 호주를 3-1로 격파했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짜임새 있는 패스 조직력과 스피드를 앞세워 호주 수비진을 흔들었다. 또한 좌우 측면 공격전개에서도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빈 공간을 잇따라 공략, 마무리슛까지 연결하는 등 한층 성숙한 면모를 드러내며 찬스를 만들어냈다.

호주가 지난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에서 6승2무 승점 20점으로 1위를 차지할 당시 12골을 넣은 반면 실점이 1골에 불과했다는 점을 비춰 볼 때, 허정무호가 거둔 성과는 각별하다.

허 감독은 최전방 투톱 자리에 박주영과 이동국(30. 전북)을 배치했고, 박지성(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김정우(27. 성남), 기성용(20. 서울), 이청용(21. 볼턴 원더러스)을 허리진에 내세웠다.

공격진들은 물오른 패스 조직력을 앞세워 전반 초반 다소 흔들린 호주 수비진을 정확히 공략했다.

특히 전반 4분 박주영이 수비 뒷공간으로 침투, 이청용의 스루패스를 받아 그대로 연결시킨 첫 골은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허 감독과 선수단이 연습했던 장면이 그대로 재현된 명장면이었다.

두번째 골 역시 기성용의 명품킥과 김동진(27. 제니트), 이정수(29. 교토상가)의 골 결정력이 빚어낸 작품이었다. 유럽팀과의 맞대결에서 세트플레이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던 허 감독의 얼굴이 활짝 펴질만 했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이어지는 깔끔한 패스 전개는 후반 43분 박지성의 측면 크로스를 받은 설기현의 멋진 헤딩골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조영증 대한축구협회 기술교육국장은 "선수들의 전체적인 컨디션이 좋았다. 특히 공격전개는 소집훈련 후 연마한 것들을 군더더기 없이 펼쳤다. (공격) 찬스를 100% 살렸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지난 8월 12일 파라과이전에서 드러났던 수비수들의 순간 집중력 결여는 앞으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격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기에 전반 중반 추격골 실점 장면은 아쉬움이 컸다. 한국은 전반 33분 왼쪽 측면 중앙 지점에서 호주에 내준 프리킥 찬스때 공격에 가담한 패트릭 키스노보(28. 리즈 유나이티드)에게 헤딩골을 실점했다.

골키퍼 이운재(36. 수원)가 크로스를 막기 위해 뛰쳐 나왔지만, 키스노보의 타점이 높았다.

조 국장은 "첫 골 실점 상황때 이운재가 크로스를 저지하기 위해 보다 빨리 나왔어야 했다"고 충고했다.

추격골 실점 이후 경기 흐름이 급격히 변화한 것도 문제였다.

실점 전까지 공격을 주도했던 한국은 추격골을 내준 뒤 스콧 맥도널드(26. 셀틱)와 조슈아 케네디(27. 나고야 그램퍼스)를 앞세운 호주의 역습에 고전하며 번번이 실점 찬스를 내줬다.

또한 역습 상황에서 수비수들이 공을 제때 처리하지 못해 쇄도해 온 상대 공격수들에게 공을 뺏겨 슛까지 허용한 장면은 분명 보완이 필요하다. 조 국장은 "상대 공격시 수비수들이 공을 잡기 전에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빨리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윤 여자국가대표팀 코치는 "경기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전개됐지만, 더 강한 팀이 되려면 흐름을 지배해야 한다"며 "두 골을 얻은 뒤 경기가 느슨해졌다.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흐름을 조율해줄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공격과 수비에서 노출된 여러 장면 외에도 허 감독은 후반 25분 김남일(32. 빗셀고베)을 투입, 일자형 미드필드진영을 다이아몬드형태로 바꾸는 전술적 변화를 시도하는 등 남아공월드컵 본선을 향한 담금질을 계속했다.

한편, 지난 2007년 베어벡 감독 재임 시절 대표팀 기술위원으로 활약했던 조 국장은 "호주는 전통적으로 잉글랜드 축구에 가까운 선 굵은 축구를 구사하는데, 짧은 패스를 앞세운 전개를 선호하는 베어벡 감독이 취임한 뒤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며 "아직 패스 조직력이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난 만큼 남은 기간 보완한다면 좋은 플레이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