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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닌텐도 잡는다” 한국 온라인게임 북미시장 공략

입력 | 2009-09-06 21:15:00


4일(현지시간)부터 6일까지 미국 시애틀에서 열리고 있는 북미 최대 게임 박람회 중 하나인 '팩스(PAX)2009'전시장. 캘리포니아 주에서 엔씨소프트의 신작 다중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 '아이온'을 보기 위해 왔다는 카렌 프라이스 씨는 온라인 게임 예찬론자였다. 그는 "게임을 통해 친구를 사귀고 커뮤니티 활동도 할 수 있어서 온라인 게임을 좋아한다"며 "아이온의 그래픽이 정말 아름답다"고 말했다.

넥슨 전시장에서는 시애틀에서 대학을 다니는 스카이 야나기사와 씨가 친구와 함께 1인칭 슈팅 게임(FPS)인 '컴뱃암즈'와 올해 오픈 예정인 '던전 앤 파이터'를 시연하고 있었다.

"메이플스토리 등 넥슨의 온라인 게임을 많이 해봤어요. 게임들이 무겁지 않고 시간 날 때 혼자 접속해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이들은 사실 미국 내에서 소수에 속하는 게이머들이다. 세계 최대 게임시장 중 하나인 북미 지역은 비디오·콘솔 게임의 점유율이 84%에 이를 정도로 온라인 게임의 입지가 약한 곳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가대표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게임 박람회 팩스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의 위 등 콘솔 게임업체 사이에서 온라인 게임으로 승부를 걸면서 북미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 엔씨소프트, 아이온으로 승부수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은 22일 북미 출시를 앞두고 있다. 사전 예약 판매를 통해 2주 만에 미국과 유럽에서 30만 장이 팔렸다. 개당 5만 원 정도인 패키지 판매가격을 고려하면 사전 판매로만 100억 원이 넘는 수입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벌써부터 마니아층이 만들어질 정도로 호평을 받고 있다.

북미와 유럽 지역을 담당하는 엔씨소프트 웨스트의 이재호 대표는 "북미 유저들이 이미 한국이나 중국 서버에 들어와서 게임 중"이라며 "아이온이 북미 지역에서 최고 성공을 거둔 한국 게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온은 특히 방대한 스케일과 아름다운 그래픽, 동양과 서양의 조화, 북미 유저들에게도 어색하지 않은 꼼꼼한 현지화 전략 등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일부에서는 아이온이 수년간 최고의 MMORPG게임으로 군림했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아성을 넘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 넥슨, 게임 포탈에 '버블베이비'들 모이게

넥슨은 아이온급의 신작 발표는 없지만 내실을 다지는 전략을 선보였다. 올해 안으로 '볼록 파티 닷컴'이라는 새 게임 포털 사이트를 열어 미국에서 '부분 유료화'된 공짜 게임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블록 파티는 '동네 잔치'의 의미로 누구나 와서 즐길 수 있는 사이트가 될 것이라고 다니엘 김 넥슨 아메리카 대표는 밝혔다.

넥슨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 '버블 베이비'라 불리는 인터넷 거품이 일었을 때 태어난 세대가 10대 초반이 되는 3,4년 후부터는 온라인 게임이 미국에서도 활성화 될 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우스와 키보드에 익숙하고 온라인 게임에 친숙한 이들은 구매력이 커져 2012년에는 1000억 달러에 이르는 소비를 하고, 이중 10%는 온라인에서 쓸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 넥슨은 북미 시장에서 올해 안에 '던전 앤 파이터'를, 내년에는 '마비노기 영웅전', '드래곤 네스트'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 불황에 강한 온라인 게임

온라인 게임이 불황에 강하다는 점도 엔씨소프트와 넥슨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시장 조사업체인 NPD에 따르면 비디오 게임 시장 매출은 올해 7월 전년 동기 대비 29% 줄었으며 최근에는 엑스박스와 플레이스테이션이 가격 인하를 발표하는 등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넥슨의 매출은 2008년에는 전년 대비 65.7%, 올해 7월에는 지난해 7월 대비 약 35% 증가하는 등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엔씨소프트도 그동안 새로운 게임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방하고 있다.

넥슨 아메리카 김 대표는 "비디오 게임이 영화라면 온라인 게임은 시트콤과 같은 아기자기한 맛이 있으며 사용 시간 대비 비용이 매우 낮아 불황에 강한 면모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이미 '떡볶이 국물'이라 표현할 정도로 레드오션이 된 한국 게임시장보다 온라인 게임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는 미국 게임시장 공략에 집중한다는 포석이다.

시애틀=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