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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소통]‘더 넓게, 더 가깝게’ 우리 곁의 미술

입력 | 2009-09-08 02:56:00


옛 기무사 터 ‘플랫폼…’ 전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전

바닥에 둥글게 배열된 전구들. 어둠 속에서 사람이 숨을 쉬는 속도로 불이 밝아지더니 다시 잦아든다. 잠시 환해진 순간, 전선으로 뒤엉킨 바닥 깔개와 덩굴처럼 매달린 전구가 눈에 들어온다.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옛 국군기무사령부 터에서 열리는 ‘플랫폼 인 기무사’전에서 만난 모나 하툼 씨의 설치작품 ‘Undercurrent’. 1995년 영국 터너상을 수상한 작가는 일상의 전구를 소재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신비와 에너지, 공허감을 표현했다.

경남 김해시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의 기획전 ‘Now & New’전에서도 형광과 야광 빛으로 가득 찬 에너지의 공간을 조우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들어서면 갑자기 삼각형 에너지 장이 나타난다. 전기애자에 나일론 줄을 이어 만든 작품은 독일 작가 요하네스 파이퍼 씨의 ‘삼각분할’. 센서가 설치돼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빛이 통제된다.

플랫폼전이 집단의 기억이 묻어 있는 장소와 현대미술의 통합을 보여준다면 ‘Now & New’전은 흔히 보는 건축도자를 소재로 생활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자 한다. 예술을 위한 예술에 머무르기보다 삶과 예술에 대해 확장된 시각을 일깨우는 현대미술의 넓은 오지랖을 엿볼 기회다.

○ 동시대 미술의 종합선물세트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선정 교수가 예술총감독을 맡은 플랫폼전은 올해 4회째를 맞는다. 김 씨와 도쿄 모리미술관의 가타오카 마미 수석큐레이터가 기획한 본전시와 작가, 큐레이터, 국내외 미술기관이 추천한 작가까지 101개팀의 작품을 기무사 터와 아트선재센터에서 선보이는 ‘비엔날레급’ 기획전이다.

이 전시는 기무사 터를 세상에 되돌리는 소통의 축제이자 동시대 미술을 총망라한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작품 가운데 아무래도 기무사 터의 역사성을 반영한 장소 특정적 작업에 먼저 시선이 간다. 예컨대 ‘조국과 자유는 우리의 생명/멸공의 깃발 아래 함께 뭉쳤다’는 기무부대 군가를 전통음악인 정가 형식으로 들려주며 음양의 시각으로 공간에 접근한 이수경 씨, 철망 통로를 만들어 열린 창 너머를 바라보게 하는 지니 서 씨, 기무사 주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양아치의 작업 등이 그렇다. 영화배우 최은희의 극적인 여정을 비디오로 구성한 마그누스 베르토스 씨를 비롯해 스파이 비밀경찰 탈북자 군대 등을 소재로 한 작품도 공간의 성격과 잘 녹아든다.

또 유토피아의 붕괴를 불가해한 텍스트로 드러낸 이불 씨의 설치작품, ‘비밀의 공중정원’이란 가짜 이야기를 전달하며 방송매체를 통해 익숙해진 영상의 허구성을 뒤집은 정연두 씨의 비디오는 현실에 대한 매운 비판과 풍자로 읽힌다. 기억을 작품으로 옮긴 임동식 씨와 그가 추천한 이성원 씨의 작품 등 ‘작가가 추천한 작가’를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작품이 많아 충분한 시간을 들여야 제대로 볼 수 있다. 도슨트 투어(사전예약)는 오후 2, 3, 4시, 자유관람 오후 5∼9시. 4000∼8000원. 02-733-8945

○ 예술과 생활을 더욱 가깝게

내년 3월 7일까지 열리는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의 기획전은 실제 쓰이는 건축도자를 주제로 ‘생활의 예술’을 모색한다. ‘예술’ ‘디자인’ ‘도시’ 등 세 묶음으로 구성된 전시에선 작품과 제품을 함께 볼 수 있다.

예술로 활용되는 건축도자를 탐색한 본전시의 경우 관람객이 지붕에 직접 올라가 기와에 자신의 소망을 적는 야마무라 유키노리 씨의 설치작품, 디지털 패턴화한 이미지를 타일에 전사한 이중근 씨의 대형 벽화를 비롯해 양주혜 박제덕 신이철 김병호, 힐데 앙엘 다닐센 씨 등 10명이 참여했다. 디자인과 도시전에서는 안세권 손유미 씨 등의 작품과 건축도자가 어우러진다. 500~2000원. 055-340-7000

닫힌 공간을 축제의 마당으로 바꾸고 산업재료와 예술의 만남을 탐색하는 두 전시. 틀에 갇히기를 거부하는 현대미술의 창의적 작품들이 열린 마음을 갖도록 이끌어준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