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업비 대폭 삭감… 2012년 개통 기약없어
“수도권 역차별” 불만… 연수구선 역사위치 갈등 재연
올 3월 남편과 상의한 뒤 인천 남동구 논현지구에 있는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주부 최모 씨(45)는 요즘 최근 수인선 개통이 또다시 늦어질 것이라는 소식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최 씨는 “유동인구가 많은 역세권 인근의 오피스텔이란 점 때문에 계약을 했는데 수인선 개통이 또 늦어질 것이란 소식을 듣고 황당했다”고 말했다.
인천 시민의 숙원 사업 중 하나인 ‘수인선 복선전철’ 개통이 정부의 예산 감축으로 늦어지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인천과 수원을 연결하는 수인선 복선전철의 1단계 사업구간(시흥시 오이도역∼인천 송도역)에 투입되는 사업비를 정부가 대폭 삭감하면서 수인선 개통이 당초 2012년에서 몇 년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다.
○ 예산 확보 못해 개통 시기 또 늦어질 듯
8일 인천시에 따르면 수인선 공사를 맡고 있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내년도에 1100억 원의 예산을 요구했지만 정부가 244억 원(22.2% 수준)으로 대폭 삭감했다. 이에 따라 수원∼인천을 연결하는 수인선 복선 전철의 1단계 공사 구간인 송도역∼오이도역의 개통 시기가 또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 구간은 당초 지난해 완공할 계획이었지만 사업비가 제때 확보되지 못해 2011년으로 미뤄졌는데 또다시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 여기에 2단계인 송도역∼인천역(경인전철) 구간도 2013년 개통에 차질이 예상된다.
수인선 인천 구간은 인천역에서 소래 쪽 인천시 경계까지의 17.2km 구간으로 인천역∼국제여객터미널∼남부∼용현∼송도∼연수∼승기∼남동∼논현∼논현택지∼소래∼월곶∼달월∼오이도 등 모두 14개 역이 생긴다. 현재 수인선 인천구간의 공정은 오이도역∼연수역 구간 60%, 연수역∼남부역 구간과 남부역∼인천역 구간은 15% 안팎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 개통 지연에 따른 주민 불만
인천 남동구 논현동 주민들은 “도심 한복판에 흉물스럽게 교각만 설치해 놓고 예산 부족으로 또 개통 시기가 늦춰진다면 인천시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상가를 분양받거나 임차해 장사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천의 정치인들이 ‘중앙정치무대’에서 힘을 못 쓰기 때문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인선 역사 위치 변경을 두고 올 2월 ‘구청장 주민소환’이라는 진통을 겪었던 연수구에서는 수인선 개통 지연에 따른 주민 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연수구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이 서울 감사원 청사 앞에서 역사 위치변경에 대한 재감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연수역사를 지하화하는 과정에서 역사 위치가 승기역사 방향으로 280m 정도 옮겨져 오히려 주민 편의를 무시했다며 역사를 당초 위치에 지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상인은 “역사 위치 변경보다 이른 시일에 수인선이 개통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다른 지방에 예산을 지원하기 위해 수도권을 홀대하는 등 ‘역차별’을 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민주당 조정식 의원(경기 시흥을)에 따르면 인천과 관련된 철도 예산이 크게 삭감됐다. 인천지하철 2호선 건설사업 예산은 2009년 1700억 원에서 2010년 1000억 원으로 41% 삭감됐고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사업 예산이 1677억 원에서 671억 원으로 60%나 줄어들었다. 서울 지하철 7호선은 인천도시철도 1호선 부평구청역까지 연결된다. 하지만 대구지하철 3호선은 전년 대비 45.5%, 부산지하철 3호선은 17.5%, 부산지하철 1호선 연장사업은 8.3% 각각 증액됐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