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백년해로하려면 절대 각방은 쓰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하지만 영국 서레이 대학 수면연구실의 닐 스탠리 박사팀은 최근 부부의 동침이 숙면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49세 커플 40명에게 잠을 잘 자는지를 물어본 후 손목에 측정기를 달아 잠자는 동안 얼마나 뒤척이는지를 알아봤다. 그 결과 커플들은 혼자 잘 때보다 같이 잘 때 뒤척임이 2배 많아졌다. 동침하는 사람이 뒤척일 경우 다른 한 쪽도 잠에서 깨 뒤척일 확률도 50%에 달했다.
스탠리 박사는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것은 신체적 건강에도 안 좋을 뿐더러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그는 잠을 푹 자지 못하면 우울증과 심장질환 뇌졸중 호흡기 질환 발병률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숙면을 방해받으면 신경이 날카로워져 관계도 나빠지고 이혼율도 높아지며 자살 충동도 더욱 많이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남편 혹은 부인과 한 침대에서 자도 숙면을 취할 수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단 부부가 꼭 한 침대를 써야한다는 의무감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남편 혹은 부인이 코골이나 이갈이 등 잠버릇이 나빠 숙면에 방해가 될 경우 다른 방에서 자는 것이 좋다는 것.
스탠리 박사는 자기도 부인과 각방을 쓰고 있다며 부부가 한 침대에서 자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는 인구가 도시로 이동하며 생활공간이 좁아지자 나온 생각이라는 것. 실제로 18세기 빅토리아 시대에는 부부가 각 방을 쓰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또한 "잠에 빠져들 때 누군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은 가장 이기적인 생각이다"며 "친밀감은 정신건강에 중요하다. 그러나 숙면은 정신건강은 물론이고 신체건강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 과학 페스티벌'(British Science Festival)에서 발표됐다.
김아연 기자a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