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그속에 답이 있더라
한국 응용한 아이템 도전해볼만
싱글족 겨냥한 사업도 괜찮을 듯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는 대학생 연합 동아리 ‘헬리온(HellioN)’ 회원 8명은 올 여름방학에 여객선을 약 30시간 타고 중국으로 향했다. 친구들은 취업 준비로 도서관에 ‘파묻혀’ 살았지만 헬리온 회원들은 중국 산둥(山東) 성 옌타이(煙臺) 항과 칭다오(靑島) 거리 곳곳을 누비며 창업 답사여행에 나섰다. 빠듯한 주머니 사정 때문에 비행기가 아닌 배를 타고, 호텔이 아닌 여관에서 숙박하며 보낸 4박 5일의 고된 일정이었지만 미래의 최고경영자(CEO)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여행에 동행한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장의 도움말로 헬리온 회원들의 중국 창업시장 답사여행기를 재구성했다. 》
○ 직장인, 싱글족 겨냥한 이색 식(食)문화
이들이 중국 창업시장을 첫 해외 조사지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광성 씨(25·충북대 컴퓨터공학과)는 “한국과 중국은 거리가 가까운 데다 비슷한 문화권에 속해 있어 한국에서 성공한 창업 아이템을 중국에 적용하거나 반대로 중국의 창업 아이템을 한국에 접목하는 것도 초기 실패를 줄일 수 있는 접근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헬리온 회원들이 처음 발을 디딘 곳은 중국 산둥 성 옌타이 항. 이들이 주목한 아이템은 길거리에 즐비한 노상 식당들. 중국은 갖가지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문화가 발달한 만큼 거리 곳곳에는 이들의 눈을 잡아끄는 다양한 먹을거리가 많았다. 헬리온 회원들은 요즘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양꼬치 전문점과 옌타이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만두 가게부터 찾았다. 서민들이 즐겨 먹는다는 양꼬치는 개당 300원 안팎으로 싸면서도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었다. 한국에서도 바쁜 직장인과 늘어나는 싱글족(族)을 겨냥한 노상 식당 아이템을 내세운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에 회원들 모두 공감했다. 박정주 씨(25·충북대 노어노문학과)는 “길거리에서도 다양한 식재료와 조리방법을 접목해 고급 요리를 만드는 중국의 노상 식당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 창업 한류(韓流)를 이끌겠다
헬리온이 옌타이 다음으로 들른 곳은 칭다오 시. 20만 명 안팎의 한국인이 경제활동을 하고 있을 만큼 국제화된 항구도시인 칭다오는 물가 수준이 한국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높았다. 높은 생활수준만큼 비즈니스맨들이 자주 찾는 고급 음식점이 즐비해 앞으로 아시아 지역 내 창업 시장을 가늠해볼 수 있는 곳이었다. 세계 유수의 외식 브랜드는 물론 일본, 태국 등에서 건너온 각종 먹을거리가 가맹점 형태로 많이 보급돼 있었다. 한류 열풍에 힘입어 한국 음식점은 칭다오에 거주하는 한국인들뿐 아니라 현지인,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높았다.
중국의 현재는 한국의 과거가 아니었다. 경제 수준이 한국의 10여 년 전과 비슷하다는 관측도 있지만 한국에서 인기 높은 품목은 거의 실시간으로 중국에 전해지고 있었다. 한국보다 10여 년 뒤진 시장이라는 단선적 평가를 배제하고 오히려 한국의 배후 시장으로 겨냥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 헬리온 회원들의 판단이다. 이번 중국 창업시장 답사 여행에 동행한 임문수 배재대 컨설팅대학원 교수는 “아시아 지역에는 여전히 한류 열풍이 거센 만큼 한국을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창업 아이템에 주목해야 한다”며 “취업난에 시달리는 대학생들도 창업이라는 좀 더 큰 시장에 눈을 돌려 도전하는 정신을 가졌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