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인터넷 서핑을 하다 눈에 확 띄는 기사를 발견했다. 스포츠 전문지 미국 특파원을 지낸 메이저리그 전문가 민훈기 선배가 운영하는 블로그인 민기자닷컴에 실린 글이었다.
추신수가 밀려드는 광고 제의를 모두 사양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고 보니 박지성 박태환 김연아는 봤어도 추신수가 등장하는 광고를 본 기억은 없다. 추신수는 올해 클리블랜드의 중심 타선을 꿰차며 한국인 타자로는 최초로 꿈의 무대 메이저리그를 정복한 선수. 배우 뺨치는 쾌남형 외모까지 갖춰 광고계의 블루칩이 되기에 손색이 없는 그였다. 그의 동생은 뮤지컬 배우로 최근 TV 드라마에도 출연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추신수의 광고 거절 이유였다. 추신수는 민 선배와의 인터뷰에서 “사람의 일은 모르는 것인데, 만에 하나 내가 영주권이라도 받게 된다면 광고주들은 큰 타격을 입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추신수가 미국 영주권 취득을 고려하고 있다니. 샌디에이고 백차승처럼 국적을 포기하는 미국 시민권 획득과는 차원이 다르긴 하지만 영주권을 받기라도 하는 날엔 팬들의 비난이 쏟아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 말이다.
두 달 전 만 27세를 채운 추신수는 그야말로 ‘위기의 남자’다. 국민이면 누구나 수행해야 하는 병역 의무가 그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이면 징집 연기를 신청할 수 있는 나이 제한에 걸리게 된다.
추신수는 ‘불운하게도’ 병역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모두 놓쳤다. 한국 야구가 사상 첫 금메달 쾌거를 이룬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은 정규 시즌이 한창인 8월에 열려 구단이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는 한국이 준우승을 차지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축구 월드컵과 WBC의 병역 특례는 없어진 뒤였다.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와 2005년 WBC 때는 마이너리그에 있는 그를 대표팀에서 뽑아주지 않았다.
이제 추신수가 기댈 곳은 내년 11월 광저우 아시아경기가 사실상 유일하다. 야구는 베이징 올림픽을 끝으로 퇴출됐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야구는 없다. 또 아무리 아시아경기라 해도 한국이 매번 일본과 대만을 제치고 금메달을 따리란 보장은 없다.
결국 사면초가에 빠진 추신수는 옥쇄의 각오라도 해야 할 판이다. 그래서 나온 게 영주권 카드인 모양이다. 아직 연봉 조정신청 자격이 없어 메이저리그 최소 연봉을 받는 추신수가 어려운 형편에도 광고를 전혀 찍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영주권의 경우 국적을 유지하기 때문에 병역을 면제받는 것은 아니지만 징집 나이 제한에 걸리는 35세까지 연기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추신수의 영주권 획득이 야구를 계속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권유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추신수가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병역법을 살펴보다가 발견했다. 제60조 2항에는 ‘국위 선양을 위한 체육 분야 우수자’의 경우 징집을 연기할 수 있다고 돼 있다. 5항에는 ‘체육 분야 우수자의 범위와 연기의 제한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돼 있다. 아직 한 번도 이 조항의 혜택을 받은 스포츠 스타는 없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굳이 병역특례법을 따로 만들거나, 방망이에 태극 마크를 새기는 추신수가 매국노가 될 필요 없이 구비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추신수 문제의 해결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장환수 스포츠레저부장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