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청소년축구대표팀 감독이 9일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인터뷰하던 도중 잠시 생각에 빠져 있다. 파주=양종구 기자
24일 개막 세계청소년축구대회 출전 앞둔 홍명보 감독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청소년(20세 이하)대표팀 감독(40). 2002년 한일 월드컵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4강을 결정짓는 승부차기 골을 성공시키고 환하게 웃던 그를 우리는 기억한다. 그는 아직도 ‘홍명보 선수’로 자주 불린다. 사람들은 그를 감독보다는 선수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감독으로 첫 심판대에 오른다. 24일부터 이집트에서 열리는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 대표팀을 이끌고 12일 출국한다.
○ 승승장구의 비결은 철저한 준비
홍 감독은 선수로 성공적인 인생을 보냈다. 국내와 해외에서 철벽 수비수로 인정받았다. 2004년 은퇴한 뒤에는 월드컵, 올림픽대표팀 코치를 맡았고 축구행정을 공부했다. 축구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홍 감독은 스스로 철저히 준비한 결과라고 말한다.
“앞으로 어떤 일이 올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철저하게 고민했습니다. 월드컵을 마치고 은퇴한 이후를 생각했죠. 결국 치열하게 공부하는 방법밖에 없더군요.”
그는 스타선수 출신이어서 장단점이 있다고 했다. 청소년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것은 화려한 경력이 도움이 됐다. 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으면 남들보다 곱절의 비난을 받는다는 사실도 안다.
○ 결과로 보여 주겠다
홍 감독은 지난해 일본 J리그와 국내 K리그에서 감독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뿌리쳤다. 그리고 청소년대표팀을 선택했다. 그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진 선수들을 맡을 기회는 쉽게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동안 미국과 일본에서 배운 노하우를 전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고민이 많다. 대표팀 후보선수 23명 중 이번 대회 엔트리에 맞춰 2명을 탈락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적에 대해서는 달랐다. 그는 “결과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열심히 하더라도 승부에서 지면 아무 소용이 없다. 좋은 결과를 내야 좋은 지도자로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 자선활동은 나의 힘
홍 감독은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많다. 선수로 꿈을 이뤘지만 지도자로서는 초년병이다. 지도자로서 최고의 자리인 성인 대표팀 사령탑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그는 “나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라며 말을 아꼈다. “월드컵대표팀 감독은 축구인에게 최고의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죠. 감독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경험과 준비를 해야죠.”
홍 감독은 별다른 취미가 없다. 축구 이외에 애정을 쏟는 건 ‘홍명보 장학재단’ 운영이다. 그는 “장학재단을 통해 내가 베푼 것은 얼마 안 된다. 아직도 얻은 게 훨씬 많다. 축구를 완전히 그만두더라도 자선활동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축구선수로 최고의 순간을 맛본 홍 감독. 그는 “이제 지도자로서 최고의 순간을 만들기 위해 뛰겠다”며 활짝 웃었다.
:홍명보는 누구:
△출생=1969년 2월 12일 서울 △출신교=광장초-광희중-동북고-고려대-동대학원 석·박사 △데뷔=1992년 포항제철 △경력=1994, 1998, 2002년 월드컵 대표, 1994∼1995년 세계 올스타, 1997∼1998년 일본 J리그 벨마레, 1999∼2002년 가시와, 2003∼2004년 미국 LA 갤럭시, 2005∼2006년 독일 월드컵 대표팀 코치, 2007∼2008년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 코치
파주=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