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개봉 ‘내 사랑 내 곁에’ 루게릭병 환자 역 김명민
배우가 배역을 위해 20kg을 감량하는 건 어떤 의미일까. 김명민 씨(37·사진)는 그것을 “다른 인생을 살아보는 배우가 치러야 할 당연한 대가”라고 말했다.
24일 개봉하는 영화 ‘내 사랑 내 곁에’에서 김 씨는 의식과 감각은 그대로인데 근육이 서서히 마비되는 루게릭병 환자 종우를 맡았다. 이 영화는 루게릭병을 앓는 종우와 그의 아내인 장례지도사 지수(하지원)의 사랑 이야기. 종우가 되기 위해 김 씨는 달리 방도가 없었다. 의사가 짜준 식단도 무시하고 체중이 줄어들 때까지 ‘무조건’ 굶었다. 열흘 만에 10kg이 빠졌고 덕분에 1억 원 정도 드는 컴퓨터그래픽(CG) 작업이 필요 없게 됐다.
“단순한 거예요.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강마에 역할을 잘하려면 뭘 해야겠어요. 천재 지휘자인데 지휘를 잘해야 할 거 아니에요. 그게 본질이잖아요. 종우라는 배역의 본질은 하루하루 말라가는 종우의 몸이었어요. 정말로 그래야만 캐릭터가 입혀지고 연기가 가능해진다고 믿었어요.”
체중이 72kg에서 52kg까지 빠진 촬영 후반부, 김 씨는 탈진과 기절을 반복했다고 제작사가 전했다. 루게릭 환자는 마비되는 몸과 달리 의식과 감각은 멀쩡하지만 김 씨는 의식까지 혼미해졌다. 김 씨는 “배우가 아무리 배역과 가까워지려고 해도 안되는 게 있구나 처음 깨달았다”고 했다. 1996년 SBS 공채탤런트로 데뷔해 올해로 연기인생 13년.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의 이순신, ‘하얀거탑’의 외과의사 장준혁,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 역을 맡으며 주어진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연기력으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김 씨는 “그 배역처럼 되는 건 되레 쉬운 일이더라”고 했다. 어떤 인물을 몸속으로 집어넣는 고통이 50이라면, 반대로 인물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고통은 200쯤이라는 것. 영화 촬영이 끝났던 순간을 설명하면서 그의 퀭한 두 눈이 촉촉해졌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