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음주는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고 건강을 위협한다는 것은 이제 상식. 그런데 30대 이상 남성들의 경우 음주가 자살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일본에서의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10일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세계 자살방지의 날'을 맞아 일본 국립정신신경센터가 발표한 자료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센터는 이날 2006년 이후 일본 내 자살한 사람 중 자살동기, 경위 등이 명확히 밝혀진 남녀 43명에 대한 분석 자료를 발표했다.
조사는 정신과 의사가 사망자의 유족들을 대상으로 평소 생활상 등에 관한 질문을 통해 경위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조사 자료에서 자살한 사람들은 사망하기 전 1년 이내에 과음 등으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례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64세 남성 자살자가 여성이나 다른 연령대의 남자에 비해 자살과 음주의 관련성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령대의 남성 자살자 26명 가운데 9명이 알코올중독 등 과음으로 인해 문제를 겪었으며 이로 인한 우울증도 심각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센터 측은 "술이 충동적인 생각을 갖도록 조장하고 (자살하겠다는 생각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게 만드는 위험을 가중시킨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향후 자살문제에 대한 사회적 해결방안과 대책을 모색할 때 지금까지 도외시된 과음 여부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회사 등 노동현장 차원에서 중노년 남성 근로자들의 자살 방지를 위한 우울증 예방 및 치료와 함께 음주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센터 측은 올 연말까지 총 100건의 자살 사례를 분석해 음주 관련 여부에 대한 자료를 추가 발표할 예정이다.
일본에서 지난해 자살로 사망한 사람은 3만2249명이다. 아사히신문은 11년 연속 매년 일본인 3만 명 이상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