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진귀한 것 모인 땅, 계곡의 노래를 들어라
모기도 털갈이한다는 처서(8월 23일), 기러기 날아오고 제비 돌아가며 뭇 새들이 먹이 저장한다는 백로(9월 7일)도 벌써 지나 절기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추분(오는 23일)으로 치닫는다.
이쯤 되면 이미 가을 문턱에 들어선 셈. 헌데 당신의 가을은 과연 어디로 오시는지. 올가을은 오는 가을 기다리지 말고 먼저 한 번 찾아 나섬은 또 어떠하실지.
지난해 내 가을은 경북 울진에서 맞았다. 소나무를 한 그루 통째로 담아낸 듯 솔 향내가 은근 솔솔 풍기던 굵직한 송이를 주머니에 넣고 걷는 내내 연방 칼로 얇게 저며 입에 넣고 씹으며 걸어 올랐던 응봉산의 용소골. 그때 내 혀의 맛 봉오리와 코 점막을 통해 머릿속에 각인된 울진송이의 알싸한 맛과 톡톡한 그 감촉. 현기증 일으킬 듯 향긋이 코를 감싼 송이 향은 어제 맛본 듯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 송이 찾아 울진으로 향한다. 거기가 어딘가. 나라님 관 짜고 궁궐 대들보로 들일 황장목이며 금강소나무가 서로 키 자랑하며 산을 덮는 소광리, 부처님 그림자를 경내 연못에 담고 사는 비구니사찰 불영사, 매일 아침 붉은 해가 뜨겁게 달구고 그 해저에서는 용왕의 위엄 갖춘 대게 무리가 걸음마 떼는 동해, 뜨거운 온천수가 분기탱천 땅을 뚫고 하늘로 콸콸 치솟는 덕구온천이 있는 그곳. 그 이름 그대로 ‘온갖 진귀한 것이 다 철철 넘치는’ 울진 아닌가.
逞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