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원대 ‘오피스’로 MS와 맞짱
호환성 문제 크게 개선… 삼보와 넷북 개발 추진
“세계 오피스시장은 120억 달러 규모입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MS)가 9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죠. 그런 MS와 ‘맞짱’ 뜰 수 있는 기업 중 하나가 우리라고 생각합니다.”
10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글과컴퓨터의 기자간담회. 김영익 사장(39·사진)은 단상에 올라 다짜고짜 MS 얘기부터 꺼냈다. 7월 말 한글과컴퓨터의 새 대표이사로 취임한 그는 “MS의 독주를 막기 위해 기존 ‘아래아 한글’ 이미지를 버리고 오피스 전문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시장은 고사하고 2035억 원 규모의 국내 시장에서조차 한글과컴퓨터의 시장점유율은 18%에 머물러 있다. 무모하리만큼 강한 포부, 하지만 그는 “세계시장에서 MS와 경쟁하는 소프트웨어를 내놓은 것 자체만으로 이미 무모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개인 오피스시장부터 잡을 계획을 밝혔다. 그는 다음 달 아래아 한글 발매 20주년을 기념해 3만6000원짜리 ‘한컴 오피스 2007 홈 에디션’을 내놓을 계획. 기능은 기존 버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현재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1, 2위를 다툴 정도인 아래아 한글에 정품 시장을 조금이라도 형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단기 매출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을 잡겠다는 것이다.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는 호환성과 개방성. 그간 폐쇄적이라고 비판 받을 만큼 다른 프로그램에서 HWP 파일을 읽을 수 없었고 오로지 한글프로그램이 있어야 했다. 개인, 기업 고객들이 사용하는 데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이고 한글과컴퓨터 역시 개방형 사업구조가 일반화돼 가는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김 대표는 “MS의 호환성에 뒤지지 않을 만큼 개방적인 구조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또 그간 공개하지 않았던 HWP 문서 포맷도 “곧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한글과컴퓨터는 6월 셀런에 인수됐다. 셀런과 자회사인 삼보컴퓨터, 셀런에스엔은 한글과컴퓨터의 1대 주주인 ‘프라임개발’로부터 한컴 지분 약 28%를 인수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체결했다. 셀런의 김영민 대표는 김 대표의 친형이기도 하다.
한글과컴퓨터는 중장기적으로 삼보와 함께 모바일인터넷디바이스(MID), 넷북을 개발해 세계시장에 함께 팔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하드웨어는 삼보가 맡고 소프트웨어는 한컴이 맡는 등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뜻이 담겼다. 그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국내 공급 사업 및 LG노텔의 멀티미디어 인터넷전화(VolP), 휴대전화 소프트웨어 개발 등 최근 발표된 각종 사업 등은 10월경 계약이 완료되면 공개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