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선이 치러진 후 1주일이 지난 6월 19일.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테헤란대에서 열린 주말예배에서 ‘거룩한 중재자’라는 탈을 벗어던지고 분노에 찬 설교를 했다. 당시 그는 “대선 불복 시위가 계속된다면 유혈참사와 대혼돈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그것은 현실이 됐다. 나는 하메네이의 최후통첩에서 느껴지던 ‘핏빛 공포’를 잊을 수가 없다.
하메네이는 이날 ‘예언자의 화신(化身)’으로서의 품위를 포기하고, 정치적 당파성을 선택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그는 “덤불 속에 매복해 있는 배고픈 늑대들을 보라. 그들은 외교라는 가면을 벗고 진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악의 외국 늑대는 영국 정부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이란 대선이 끝난 지 3개월로 접어드는 지금도 혁명 지도부는 여전히 선거 부정과 무자비한 시위 진압의 여파로 흔들리고 있다. 누구나 정치적 싸움에 참가할 때는 오류에 빠지기 쉽다. ‘숨겨진 이맘’의 지상 대리인으로 불리는 최고 지도자의 종교적 판단의 무오류성은 이슬람 혁명의 리더였던 아야톨라 호메이니로부터 전해오는 신정(神政)체제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하메네이는 테헤란대 설교에서 “이란은 인권의 기수(旗手)”라고 선언했다. 그는 대학생들에게 “선거 이후 시위 과정에서 보안군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나 잔악한 행위는 없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란의 반관영 통신사는 대학원생인 모센 루홀라미니가 감옥에서 구타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대선 후보였던 모센 레자이 전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수석 보좌관의 아들이었다. 그는 길거리에서 죽음을 당했던 여대생 네다 살레히 아가솔탄을 추모하는 시위에 참가했다가 체포됐다. 두 사람은 하메네이의 선동적인 설교에 의해 합법화된 강제진압으로 목숨을 잃은 대표적인 희생자였다.
하메네이는 최고 성직자회의 수장인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의 비난에도 “나의 대내외 정책관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와 가장 가깝다”며 현 대통령을 지지했다. 아마디네자드는 지난주 “대선 불복 시위는 외국의 음모이며, 외국의 사주를 받은 적들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던 바시지 민병대가 길거리에서 맞았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펼쳤다.
이란의 최고 지도자는 이제 최고의 ‘플립 플로퍼(Flip-Flopper·손바닥 뒤집듯 쉽게 입장을 바꾸는 사람)’가 됐다. 이것은 30주년을 맞은 이슬람 혁명의 근본적인 변화를 뜻한다. 올해 6월 12일 대선과 대선 일주일 뒤 행해진 하메네이의 설교 이후 이슬람 혁명 체제를 떠받치고 있던 주춧돌이 흔들리고 있다. 하메네이는 더는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는 숭배의 대상이 아니다.
하메네이는 이란 대선에 대해 “이슬람 공화국에는 신선한 호흡이었으며, 적들에게는 정치적 대지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선거는 깨끗한 공기가 아니라 부정과 부패로 드러났고, 불신을 증폭시켰다. 적들에게 정치적 대지진을 일으키기는커녕 이란 이슬람공화국 내부를 붕괴시키고 있다.
지금도 여진(餘震)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상황도 앞으로 몇 달을 넘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슬람공화국은 스스로를 횃불이라고 묘사하길 좋아한다. 하메네이는 “이슬람공화국은 독재나 전제정치와도 다르고 서구 민주주의와도 다른 제3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비열한 폭력과 말 바꾸기로 더는 이런 감언이설을 믿는 사람은 없다.
로저 코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