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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핵심기술 유출 ‘경제안보’ 무너뜨린다

입력 | 2009-09-11 02:52:00


GM대우자동차 연구원 2명이 러시아 자동차회사 타가즈의 한국법인인 타가즈코리아로 옮기면서 자동차개발 핵심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타가즈코리아는 GM대우의 준중형차 라세티의 설계도면을 훔쳐 개발한 ‘짝퉁 라세티’를 4월 러시아의 모터쇼에 내놓아 현지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러시아로 빼돌린 핵심기술의 내용이나 유출 범위가 아직 확인되지 않아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조차 힘들다.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자동차 산업의 핵심기술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국가경제가 입는 손실이 크다. 기업들은 모델 하나에 2000억∼3000억 원의 개발비를 투자한다. 해외 경쟁업체가 노리는 핵심기술은 반도체와 정보기술 분야에 집중됐으나 최근 자동차 정밀기계 화학으로 확산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4∼2008년 적발된 기술유출 시도는 총 160건이나 됐다. 기술이 새나갔을 경우 예상피해액은 254조 원으로 추정됐다.

지난 5년간 기술유출의 56%는 전 직원, 27%는 현 직원에 의해 이루어졌다. 인재유출이 곧바로 기술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기업은 적절한 보상으로 핵심인재를 붙잡아둘 필요가 있다. 해외에선 기업의 인수합병(M&A) 과정에서도 기술유출이 잦다. 미국 일본은 외국자본이 국가안전과 관련된 자국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 신고를 의무화하거나 투자 중지를 명령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춰놓고 있다. 중국 국유기업이 세계에서 벌이는 ‘핵심기술 헌팅’은 일본도 경계할 정도이다. 우리도 법규 정비 등 대비에 나서야 한다.

국가정보원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기술유출 시도의 60%가 중소기업에서 벌어지지만 중소기업의 78%가 보안비용으로 매출액의 1%도 쓰지 않을 정도로 보안의식이 희박하다. 몇 년 전부터 이 문제에 대한 지적이 나왔어도 현실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자체 투자와 정부의 지원을 보태 연구개발(R&D)에 열심인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 급증했지만 경기불황으로 고용이 불안해지면 R&D 인력이 외부의 유혹에 넘어갈 수도 있다. 정부와 관련 단체가 중소기업의 보안투자를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핵심기술을 못 지키면 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고 나라 경제도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