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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사회 전체가 원칙 관철해야 ‘노조 떼법’ 없앨 수 있다

입력 | 2009-09-11 02:52:00


지난해 6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국선언을 내놓은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위원장 등 간부 6명을 고발 및 징계한 행정안전부의 조치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조합원들의 근로조건과 관련이 없는 정치적인 내용의 시국선언을 한 것은 정치활동을 금지한 공무원노조법에 위배된다는 원칙을 확인한 것이다.

행안부가 공노총 전임자들에게 휴직명령과 임금 지급 중단 조치를 내린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사실상 전임자에 가까운 수준으로 노조 업무에 전념하면서도 휴직하지 않고 명목상으로만 고유 업무에 종사하는 탈법행위를 바로잡는 조치”라며 공노총에 패소 판결했다. 사법부가 법규와 원칙을 분명히 선언하고 공노총의 ‘떼법’을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다.

쌍용자동차를 비롯해 올해 파업이 종료된 70여 기업 대부분은 무(無)노동 무임금 원칙을 지켰다. 지난해 7월 파업 중인 노조와 협상을 끝내면서 월급의 50%를 지급했던 금호타이어는 노조의 공장 점거에 직장폐쇄로 맞섰으나 파업 기간의 임금을 일절 보전해 주지 않았다. 기아자동차는 작년에 8일간 파업 후 생계비 부족분 30%, 격려금 360만 원을 지급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는 대부분 기업에서 파업 기간 못 받은 임금을 나중에 ‘파업수당’이라는 보상금으로 보전해주던 관행이 사라지고 있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뿌리 내리기 위해선 정부가 개별 기업의 노사 분규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일부 기업은 파업을 풀게 하려고 파업 기간의 임금을 지급했고 정부는 분규에 개입해 조기 타결을 유도하면서 이런 편법을 묵인했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기업이 책임의식이 높아져 원칙을 지키게 되고 근로자들도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다.

노사 현장에 과거의 강경 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올 들어 쌍용차 KT 인천지하철공사 영진약품을 비롯한 10여 개 노조가 민노총의 지나친 정치투쟁에 반발해 탈퇴했다. 정부와 기업은 물론 근로자들이 법과 원칙을 지키면 민노총의 떼법은 설 땅이 없게 된다.

그러나 아직도 법규를 무시하고 숫자로 밀어붙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세력이 원칙을 무너뜨리고 있는 곳도 적지 않다. 경기도교육청이 작성한 단체교섭 요구안에는 사립학교 인사 및 정부 교육정책에 관한 조항이 다수 포함돼 있다. 단체협약의 대상을 ‘임금 근로조건 후생복지 등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에 관한 사항’으로 한정한 교원노조법에 위배된다. 상식 있는 교육청이라면 전교조가 이런 요구를 하더라도 거부해야 할 터인데 교육청이 먼저 이런 단협안을 만들었다니 어이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