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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른바 진보세력, 북의 고의적 물 폭탄엔 왜 침묵하나

입력 | 2009-09-11 02:52:00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무고한 민간인 6명의 목숨을 앗아간 북의 황강댐 무단 방류에 고의성이 개입돼 있다는 판단을 그제 밝혔다. 9월 1∼6일 황강댐 유역에는 0.2mm의 비가 왔다고 북한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강수량이 극히 적어 긴급방류할 사유가 전혀 없었다는 이야기다. 북은 더욱이 갑작스러운 대량 방류에 대해 한마디 통보도 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경위 설명이나 사과조차 없다. 아무리 유화 제스처를 쓴다고 해도 북은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분명해졌다.

북이 왜 이런 짓을 했는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황강댐 방류로 남쪽에 물난리가 나리라고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심지어 전략전술 차원에서 수공(水攻)을 연습하고 남측의 대비 태세와 피해 상황을 점검했을 가능성도 있다. 4000만 t을 방류해 이 정도 혼란과 인명피해를 초래했으니 장마철에 황강댐 저수량(3억∼4억 t)을 몽땅 쏟아 부으면 더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지도 모른다. 물은 우리에게 소중한 자원이지만 북에는 대량살상무기인 셈이다.

북의 이런 악행에도 친북세력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8월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때 “북침 전쟁연습을 즉각 중단하라”고 성명을 냈던 진보연대와 민주노총도 이번엔 조용하다. 우파단체인 라이트코리아가 “‘우리 민족끼리’를 외치면서 북한을 드나들던 단체와 정당에 속한 자들은 금강산 관광객이 북한군에 의해 총격 사살됐을 때도 그랬고, 왜 이번 사태에 모두 입 다물고 가만히 있는가”라고 성명을 냈다.

자칭 진보진영이라고 일컫는 친북 좌파단체들은 2002년 6월 13일 편도 1차로 좁은 갓길을 걷던 두 여중생을 미군이 미처 못 보고 장갑차로 친 사고를 ‘미군에 의한 한국 여중생 살인 사건’으로 규정하고 촛불시위를 주도했다. 당시 미2사단은 사고 닷새 뒤 추모 행사를 가졌고 주한 미군사령관과 주한 미국대사,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사과를 표했으나 이들 단체는 촛불시위를 2002년 대선 때까지 확산시켰다.

이른바 진보세력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일말의 양심이나 균형 감각이 있다면 무고한 야영객을 사망케 한 북의 물 폭탄을 규탄해야 마땅하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불법 폭력시위를 일삼는 사람들이 유독 북의 악행에 침묵하는 속내를 우리는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