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등 유통업체 그린캠페인
일회용 쇼핑백-보자기 사용줄여
“환경보호-원가절감 일석이조”
올해는 추석선물 포장이 ‘착해질’ 것 같다. 번지르르하던 선물 포장재가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 겉보다는 실속을 중시하는 추세에 따라 대폭 간소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추석 대목을 맞아 선물세트 마련에 분주한 백화점 등은 포장재를 간소화한 선물세트를 내놓을 계획이다. 오동나무 상자나 나전칠기함, 등나무 채반 포장은 종이함으로 대체하고, 선물을 담은 상자 자체에 손잡이를 달아 쇼핑백이나 보자기 사용도 줄이기로 했다.
오동나무 상자에 굴비를, 나전칠기함에 곶감을 담아 팔던 롯데백화점은 올해 이런 값비싼 포장재를 대폭 줄였다. 또 말린 버섯, 견과류, 멸치 등을 담았던 등나무 채반도 종이 바구니(지함)로 대체하기로 했다.
롯데백화점 임준환 상품본부과장은 “화려한 포장재가 고급스러워 보이는 효과가 있지만 요새 고객들은 겉포장보다 선물 내용을 중시하는 ‘스마트 소비’를 하고 있다”며 “물기가 있는 냉동상품, 정육 등을 제외한 기타 상품은 종이함에 담아 포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동나무, 등나무 채반을 종이함으로 바꾸면서 포장재 원가는 선물세트 1개에 4000∼5000원 이상 절감됐다.
신세계백화점은 멸치세트를 담은 종이상자에 직접 손잡이를 달아 쇼핑백이나 보자기 없이도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게 했다. 기존 멸치상자는 멸치를 담는 상자와 별도의 포장재, 쇼핑백 등 2중, 3중의 포장이 필요했으나 이번에 나온 멸치상자는 종이상자와 쇼핑백의 기능이 합쳐져 포장재 활용도가 대폭 개선됐다. 신세계 관계자는 “쇼핑백 기능을 겸한 종이상자의 반응이 좋으면 내년 설에는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뚜기도 올리브유와 포도씨유 선물세트를 쇼핑백을 겸한 종이상자에 넣어 판매할 예정이다.
‘재활용’에 초점을 맞춰 포장재를 수납함이나 책가방 등으로 재활용하도록 한 회사도 있다. 롯데제과는 올 추석 과자종합선물세트 가방과 상자를 책가방, 수납함으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 이번에 처음 선보였다. 신세계백화점은 나무상자에 담아 팔던 와인세트를 종이상자 포장으로 바꿨다. 자원 낭비를 줄이고 재활용도 가능케 하자는 취지다.
환경부에 따르면 생활폐기물 중 포장폐기물 비중은 중량 기준으로는 32%, 부피 기준으로는 50%(2002년 기준)에 이른다. 소비자는 제품 구입 후 포장재를 따로 분리해 버려야 하는 부담이 있고, 제조업체는 포장재 구입비용이 만만치 않다. 포장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2006년에만 약 840억 원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유통업체 16개사와 식품제조업체 49개사는 지난해 5월부터 환경부와 함께 ‘포장재 줄이기 캠페인(그린마일리지)’을 벌이고 있다. 2차 포장재를 간소화해 제조 단계에서부터 환경을 보호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금은 소비자들에게 환원하는 운동이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