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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트레킹]다섯 봉우리 오르내리기 ‘오감 만족’… 강원 오봉산

입력 | 2009-09-11 02:52:00


배후령 참나무 숲서 시작
크고 작은 바위들이 마중
소양호 ‘물의 정기’는 덤

바다보다 산이 좋은 계절이 왔다. 나에게 달려와 거칠게 부딪치는 파도보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도 초록빛으로 가만히 서 있는 나무가 좋다. 태양빛에 뜨겁게 타는 백사장보다 숲 속에 숨은 채 포근한 기운을 품고 있는 바위가 더 끌린다. 산들은 붉은 옷으로 갈아입어야 할 시간이 오기 전 푸름을 맘껏 뿜어댄다. 푸름은 지금 우리가 산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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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중 가장 기쁠 때는 물론 정상에 섰을 때다. 산을 찾는 사람들은 정상이 주는 성취감 때문에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정상을 밟은 사람들은 하산 길을 재촉하기 마련이다. 땅만 보며 걷거나 앞서 내려가는 사람의 뒤꽁무니만 쫓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끔 내려온 길을 올려다보자. 여전히 푸른 나무가 나를 배웅한다. 옆도 한 번 봐야 한다. 굽이굽이 흐르는 물이 산을 휘감으며 발밑에서 맴돈다. 정상의 기쁨과 하산의 재미를 동시에 맛볼 수 있다면 그야말로 웰빙 트레킹이다. 강원 춘천시 북산면과 화천군 간동면 사이에 있는 오봉산(해발 776m)이 그렇다.

가을의 초입에 들어선 6일 오봉산을 찾았다. 오봉산은 다섯 개의 바위 봉우리가 나란히 줄지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봉산은 소양호를 품고 있다. 웰빙 트레킹에 참가한 사람들은 600m 높이에 있는 배후령에서 산행을 시작해 1봉(나한봉)부터 정상인 5봉(비로봉)까지 다섯 개 봉우리를 차례대로 올랐다. 그리고 청평사 쪽으로 내려와 배를 타고 소양호를 건넜다. 청평사에서부터 시작해 배후령으로 내려와도 좋고 청평사로 다시 와도 괜찮은 코스다.

배후령에서 올라가는 길은 참나무 숲이 우거진 길이다. 30분 정도면 1봉에 오르는데 이때부터는 15∼20분 간격으로 2봉(관음봉) 3봉(문수봉) 4봉(보현봉) 5봉에 차례로 다다르게 된다. 봉우리를 잇는 길 곳곳에는 크고 작은 바위가 많다. 특히 3봉에서 4봉을 향하는 길은 쇠줄을 잡고 가파른 바위를 올라야 한다. 정상을 밟은 후에는 구멍바위라 불리는 좁은 바위 틈새를 통과한다. 뱃살 탓에 먼 길을 돌아오는 이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어린 시절 놀이터에 있던 검고 주름진 통 속을 쭈그려 앉은 채 한 걸음씩 내디디던 추억을 떠올리며 즐거워했다.

오봉산 5개 봉을 오르내리다 보면 멀리 혹은 가깝게 소양호가 내려다보인다. 푸른 숲 사이를 굽어 흐르는 소양호를 보고 있으면 물과 산의 기운이 내 주위에서 조화를 이루는 듯하다. 하산 길 소양호는 보는 데 만족해야 하지만 계곡은 그렇지 않다. 숲을 머금은 시원한 계곡물에 많은 이가 더운 발을 식혔다. 마지막 도착지는 청평사. 조용히 절에 들러 들뜬 마음을 가라앉혀본다. 절에 들어가지 않고 청평사 뒤로 병풍처럼 서 있는 오봉산을 천천히 다시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춘천=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