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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인부들… 지게차만 덩그러니

입력 | 2009-09-11 02:52:00


■ 타가즈코리아 아산공장-서울본사 표정

러 경기침체 여파 일감 줄어
충남도 투자유치 무산 우려

10일 오후 3시 반경 충남 아산시 인주면에 있는 타가즈코리아 아산공장.

회사 연구원들이 GM대우자동차의 ‘라세티’ 기술 유출과 관련해 구속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직원들은 일손이 잡히지 않는지 일을 하다가도 삼삼오오 모여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공장 주변 야적장은 한적했고 화물차도 가끔 한 대씩 지나갈 뿐이었다.

이 공장은 쌍용자동차의 브랜드인 ‘무쏘’와 ‘코란도’의 부품을 협력업체에서 납품받아 포장한 뒤 평택 당진항을 통해 러시아의 타가즈 자동차에 보내는 역할을 한다. 관리직 직원이 60여 명, 현장 인부(하도급 회사 소속) 1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관리직이 근무하는 4층은 적막감만 감돌았다.

자동차 부품 포장이 쌓여 있는 1층 공장 안에는 한창 일을 할 시간인데도 현장 인부들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지게차만 덩그러니 공장을 지키고 있었다.

한 현장 직원은 “지난해 말만 해도 200여 명이 일했는데 잔업이 줄어들면서 현장 인부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세계 금융위기로 러시아의 경기가 위축되면서 자동차가 팔리지 않아 한국에서의 부품 전송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아산공장보다 규모가 더 큰 천안공장은 거의 폐쇄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천안의 경우 직원 몇 명이 공장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들은 “검찰의 수사 소식을 동아일보 보도와 지인들의 전화 등을 통해 전해 들었다”며 “제품 연구 및 협력업체 관리 업무 등은 모두 서울 본사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저 추이를 보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에 찾은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타가즈코리아 본사도 검찰 수사 소식에 앞으로의 파장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15층짜리 아파트형 공장의 2개 층을 빌려 9층을 사무실로, 지하 1층을 연구개발 시험실로 사용하는 이 회사의 직원들은 문을 잠근 채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조립 시작실’ 등의 간판이 달린 지하 1층 연구개발실에는 시험 중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자동차 몇 대가 있었지만 일하는 사람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경기침체로 직원의 절반 가까이가 휴직 중인 것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한산했다.

한 직원은 검찰 수사와 관련해 “경영진이 대책회의를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 관리직 팀장은 기자와 만나 “러시아의 타가즈 본사가 한국 사업을 정리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회사와 전체 직원이 범죄집단으로 비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타가즈코리아와 보령공장 투자협약을 맺은 충남도는 검찰 수사로 투자 유치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충남도는 지난해 5월 3일 러시아 현지에서 타가즈코리아의 모회사인 돈인베스트(DI)그룹과 6500만 달러의 외자투자 협약을 맺었다. 그해 10월 6일 보령시 관창공단에서 착공식도 가졌다.

타가즈코리아는 2012년까지 관창공단 내 38만7000m²의 터에 자동차부품 공장을 세우기로 하고 올해까지 일부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으나 경기침체로 계획이 지연되고 있다. 충남도 이재관 경제통상실장은 “타가즈코리아가 최근 러시아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막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시점에 검찰 수사가 이뤄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아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