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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 날리던 폐광에 꽃향기 흐른다

입력 | 2009-09-11 02:52:00


충남 덕정리 ‘광천석면폐광’ 내년초까지 복구 완료
40~50m깊이 웅덩이 흙으로 매립… 나무 - 꽃 심기로

“석면 광산을 복구하는 데 폭파 방식을 쓰면 석면 가루가 주변 동네로 날아들어 또 다른 피해를 줄 것 아닌가.”

10일 충남 홍성군 광천읍 덕정리 광천석면폐광에서 열린 폐광 시험 폭파는 전문가들의 우려 속에 진행됐다. 이 폐광은 올 6월 환경부 조사에서 인근 주민 215명 가운데 110명이 석면폐(석면 섬유가 폐에 축적돼 나타나는 질병) 및 흉막반(석면이 쌓여 흉막이 두꺼워지는 것) 증상이 발견돼 충격을 주었던 곳이다.

○ 어떻게 복구하나?

지식경제부에서 석면 폐광 복구사업을 위탁받은 한국광해관리공단은 전국 21개 석면폐광 가운데 첫 복구 사업지로 이곳을 선택했다. 굴을 뚫어 광물을 채굴하는 일반적인 광산과 달리 산에서 바로 채굴하는 노천광산이어서 비산(飛散·날아서 흩어지는 것) 피해가 상대적으로 컸기 때문.

폐광은 두 개의 거대한 웅덩이였다. 깊이가 40∼50m로 15t 트럭 9만 대 분량의 흙을 퍼부어야 메울 수 있는 규모(60만 m³). 공단은 폐광 절벽과 바닥을 흙으로 덮은 뒤 풀과 꽃, 나무 등을 심는 방식으로 복구할 예정이다. 하지만 폐광 절벽 경사(75∼90도)가 걸림돌이었다. 너무 가팔라 식물을 심는 것이 여의치 않았던 것. 공단은 절벽 경사도를 55도 이하로 낮추기 위해 암반을 폭파할 계획이다. 시험 폭파는 암반 폭파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석면 먼지 비산의 위험성을 미리 알아보기 위해 실시됐다.

○ 큰 문제는 없지만…

이날 오후 4시 폐광 시험 폭파 현장. “발파 10초 전, 9초, 8초…발파.” 절벽 부위의 땅이 푹하고 꺼졌지만 먼지는 거의 나지 않았다. 타이어 매트 또는 부직포를 발파 지점 위에 설치하고 주변에 물을 충분히 뿌렸기 때문이다.

발파 광경을 목격한 석면 광산 전문가인 송석환 중부대 교수(토목공학과)는 “이런 방식의 폭파라면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폐광 주변의 흙에는 광미(석면 부스러기)가 있는 만큼 날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단은 폐광 주변지역도 흙으로 덮고 풀과 나무를 심는 방식으로 복구할 예정. 폐광으로 오르는 산길에는 사문석, 활석, 질석 등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사문석은 백석면이 들어 있고, 질석에도 석면 종류인 트레모나이트 등이 함유됐을 가능성이 높다. 현장에서 채취해온 사문석 조각을 살펴본 석면 독성 전문가 정용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독성연구팀 연구위원은 “솜털처럼 보이는 하얀 것이 백석면”이라며 “백석면이 흩날리면 석면폐 등을 일으킬 위험이 큰 만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단은 폐광과 주변 복구를 내년 1월 중순까지 완료한다. 공단 충청지역본부 최덕용 대리는 “밀폐된 공간의 석면처리 규정은 있지만 개방된 지역 규정은 없어 기준이 까다로운 밀폐된 공간 규정을 기준으로 삼고 주민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성=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