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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기름값, 정유사 경쟁시켜 잡는다

입력 | 2009-09-11 02:52:00


농협 공동구매로 싼 기름 공급
유류 유통단계마다 가격 공개
추석 성수품 공급 평소 2배로
21개 품목은 가격 매일 점검

10일 오전 11시 서울 남대문시장 내 새마을금고 회의실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대책회의가 열렸다. 정부는 회의 주제가 ‘추석 민생 및 생활물가 안정’이라는 점을 고려해 시장 한복판을 회의 장소로 택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이 대통령의 강도 높은 질책에 진땀을 꽤 흘려야 했다. 특히 지식경제부가 보고한 석유제품 원가 상승요인 자료에 대해 이 대통령은 매우 불만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이 대통령은 “업계에서 받은 자료로 만든 것 아니냐. 이걸로 (실제 원가를) 알 수 있겠느냐”는 취지로 질책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원-달러 환율과 국제유가가 하락했고 할인점의 석유제품 판매 제도 도입 등 다양한 처방을 내놨는데도 오히려 기름값이 오른 데 대해 이 대통령이 상당한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기름값을 포함해) 가격 담합 등 불공정행위에 대해선 정부가 철저히 감시 감독을 벌이고 담합 사례가 있을 경우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농축수산물 공급량 평소 2배로 늘려

정부는 먼저 서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추석 성수품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추석을 맞아 수요가 증가하는 농축수산물 16개의 공급량은 평소의 2배로 늘어난다. 명태 공급량이 평소의 3.6배로 느는 것을 비롯해 조기(3.4배) 쇠고기(2.5배) 사과(2.1배) 대추(2배) 등도 공급이 대폭 확대된다. 정부는 목욕료 이발료 등 개인서비스 품목 5종의 가격을 포함해 쌀 무 배추 등 21종의 가격을 매일 점검하고 급등세가 예상될 경우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내년부터 전기료 열차료 도시가스료 상수도료 도로통행료 우편료 등 6종의 공공요금 원가정보와 생필품 판매가격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명절 기간 대규모 인구이동이 예상되는 만큼 타미플루를 거점병원(464곳)과 거점약국(785곳)에 공급해 각각 100명분씩 비축하도록 하는 등 신종 플루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도 내놓았다.

저소득 근로자 72만4000가구에 주는 근로장려금 5600억 원을 이달 중순에 조기 지급하고 부가가치세 조기환급금(9월 신고분)도 법정기한보다 앞당겨 명절 전에 준다.

○ 유통구조 개선으로 기름값 잡는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최근 휘발유 등 국내 석유제품 가격 상승세와 관련해 우려를 표명하고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정부는 유가 하락 요인이 많은데도 가격이 오르는 것은 소수 정유사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전국에 400여 개의 폴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농협이 유류를 공동구매해 원하는 일반 주유소에 공급하면 L당 20원의 매입원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또 정유소 공급가격 공개범위를 확대해 주유소 대리점 등 각 유통단계에 대한 평균 공급가격까지 공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