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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 참사 유족, 소송 땐 얼마나 받을까

입력 | 2009-09-11 06:27:00


임진강 수해 사고와 관련, 수사기관의 책임 규명 움직임이 분주한 가운데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배상금을 받을 수 있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책임이 민영인 수자원 공사에 있다고 결론이 나더라도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데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손해배상 청구 가능한가

지금까지 드러난 사건 정황에 따르면 유족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대상은 ▲´홍수 예·경보 제어시스템´을 제대로 운영 못 한 수자원공사 ▲돌발상황에 대비하지 못한 연천군청 ▲북한의 방류사실을 가장 먼저 인지하고도 상황전파를 소홀히 한 육군 합동참모부 ▲유관기관의 공조체제를 구축하지 못한 국가 등이다.

이와 관련, 법조계는 ´국가나 지자체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을 사망하게 한 경우 유족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현행 국가배상법에 근거, 국가를 상대로 유족들이 충분히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조항이 국가의 고의 혹은 과실 여부가 드러난 것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전적으로 민영인 수자원 공사에 책임을 물을 경우 소송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하지만 수사기관이 시스템 관리 문제, 근무태만, 공조체제 미비 등의 문제를 충분히 밝혀낸다면 손해배상의 근거가 더욱 명확해질 뿐, 부실한 수사결과가 손해배상 소송을 불가능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기본적으로 국가하천인 임진강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있는 이상 지금까지 드러난 안전조치 미비와 부실한 공조체계 운영만으로도 충분히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과 연계된 사건이라는 점은 국가의 배상 책임에 더 무게를 실어주는 요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치적 특수관계로 인해 북한과의 민간 공조가 어려운 만큼 정부의 포괄적인 책임이 더 크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율촌의 허진용 변호사는 "사건에 책임이 있는 관할청과 국가를 상대로 충분히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특히 근무태만, 의무위반 등의 문제가 명확히 밝혀진다면 배상 받을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한서의 김미영 변호사도 "현재까지 드러난 상황만으로도 충분히 국가가 공동피고인이 될 수 있다"며 "하천에 대한 총괄적인 소유권과 안전조치의 포괄적 책임 문제로 들어가면 국가의 책임 영역은 더욱 분명해진다"고 지적했다.

◇얼마나 받을 수 있나

원칙적으로 유족들은 국가배상법 3조에 따라 사망자들의 월급이나 월 실수입액, 또는 평균임금에 장래 취업가능기간을 곱한 금액을 국가로부터 배상받고 장례비도 지급받을 수 있다.

여기에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 수령도 가능하다. 위자료는 피해자의 배우자의 경우 1000만원, 부모·자녀 500만원, 직계존속·비속 등은 250만원으로 규정됐지만, 사건의 특수성 등을 감안해 피해액이 조정될 수 있다.

따라서 피해자 유족들의 보상금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문제는 법이 정한 배상금을 전부 받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통상 국가상대 손배소의 경우 법원은 사건 발생 원인에 대한 각 행위의 영향정도를 개별적으로 산출한다. 따라서 이번 사건도 관련 정황이 모두 드러나고, 한 차례 더 법원의 판단을 거친 뒤에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배상액을 정하는 일률적 기준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진행된 국가 손배소와 관련된 법원의 판단도 제각각이다. 법원은 배수시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자동차가 침수된 사건에 대해서는 정부의 과실을 30%만 인정했으며, 정부의 관리소홀로 도로 위 고인 물에 미끄러져 난 사고에는 70%의 책임을 인정했다.

이번 참사와 가장 유사한 사건은 1995년 정부의 한탄강 유역 방류로 피해를 입은 시민들에 대한 소송이다. 당시 법원은 시민들이 폭우가 쏟아짐에도 대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5%의 정부 과실만 인정했다.

이와 관련,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정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피해자들이 임진강 물가에 너무 가까이 텐트를 쳐 만일의 사태에 대비 하지 못한 점은 (법원의) 고려 대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류제성 변호사는 "불가항력인 자연재해의 경우 국가의 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예상이 가능했을 경우 사안마다 배상비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북한도 소송대상? 현실적으로 불가능

일부 언론에서는 사건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북한의 방류에 있다는 점에 주목, 북한에 직접 피해배상을 요구해야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정치적·선언적 주장은 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우선 북한을 소송 주체인 독립 국가로 볼 수 있는지부터 문제이다.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헌법에는 북한이 반국가 단체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개별 국가간 진행되는 국제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1991년 체결된 ´남북 기본합의서´에 근거, 남․북한이 정치적 실체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미승인 국가에 대한 국제책임´ 관례에 따라 국제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도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그러나 이 역시도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국제사법재판소(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의 기본원칙을 간과한 부분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제사법재판소는 기본적으로 분쟁 당사국가간의 소송에 대해 양국이 합의해야 진행될 수 있지만, 북한이 국제사법재판소 소송에 응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하다.

만약 북한이 국제사법재판소 소송에 응하더라도 유족들이 현실적인 배상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소송이 진행될 경우 적용될 국제법 규정은 1997년 UN총회에서 채택된 ´국제수로의 비항행적 이용법에 관한 협약´ 등이다. 하지만 이들 협약은 피해정도를 산정할 수 있는 요소들만 규정할 뿐 배상을 위한 명확한 규정이나 강제력이 없는 상태이다.

국제법학회 회장인 정인섭 서울대 교수는 "유족들이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려면 현재로서는 북한에 가서 직접 북한 사법부에 소송을 내는 방법밖에 없다"며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고 지적했다.

이어 정 교수는 "만약 남한 정부가 북한 정부를 상대로 국제소송을 제기한다면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처리를 맡겠지만 합의없는 소송은 시작조차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 관계자도 "북한이 현행법 상 반국가 단체 이기 때문에 소송 진행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많다"며 "설사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송달 및 피고 출석 문제 등과 관련해 진행의 어려움이 있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