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톨릭대, 과제물 표절-중복제출 등 금지 가이드라인 제시
학습윤리 가이드북 배포
8가지 기준 스스로 확인해야
‘①이 과제물은 내가 직접 연구하고 작성한 것이다. ②인용한 모든 자료(책, 논문, 인터넷 자료 등)의 인용 표시를 바르게 하였다. ③인용한 자료의 표현이나 내용을 왜곡하지 않았다. ④정확한 출처를 밝히지 않고 다른 사람의 글이나 아이디어를 가져오지 않았다. ⑤과제물 작성 중 도표나 데이터를 조작하지 않았다. ⑥과제물을 다른 사람에게서 받거나 구매하여 제출하지 않았다. ⑦이 과제에 실질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사람을 공동 제출자로 명기하지 않았다. ⑧이 과제물과 동일한 내용을 다른 교과목의 과제물로 제출한 적이 없다.’
대구가톨릭대의 모든 학생은 이번 학기부터 과제물을 제출할 때 이 같은 8가지 기준을 스스로 확인해야 한다. 대학생 때부터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높여 표절 같은 ‘훔치기 행위’를 막도록 한다는 취지다. 대구가톨릭대는 이런 내용을 담은 ‘학습윤리 가이드북’(40쪽) 1만4000여 권을 만들어 전체 학생에게 나눠줬다. 교수들이 ‘연구 윤리’를 지켜야 하는 것처럼 학생들은 ‘학습 윤리’를 꼭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학습 윤리의 내용은 표절과 변조, 위조, 과제물 구매나 양도, 중복 제출, 협동 학습에 무임승차, 대리 출석, 시험 부정행위 등이다.
특히 학생들이 책에서 읽은 내용 등을 별 생각 없이 마치 자신의 것처럼 표현하는 ‘표절’에는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어떤 과제물에 ‘비록 어떤 서사시가 역사적인 진실을 보존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실제의 구체적 인물이나 사건과는 아무런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표현했다고 하자. 이는 학생 자신의 표현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저명한 종교학자인 엘리아데의 글을 인용한 것이다. 원문에는 끝부분이 ‘맺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가 아니라 ‘맺고 있지 않다’이다. 따라서 이 부분은 따옴표를 하고 엘리아데의 ‘우주와 역사’라는 책의 몇 쪽에 나와 있는지, 누가 몇 년에 번역해 어느 출판사에서 펴냈는지를 명시해야 옳다는 것이다.
대구가톨릭대가 가이드북을 펴낸 이유는 학생들이 공부를 하면서 정직하게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표현을 활용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인성을 바르게 하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진리’를 추구하는 대학의 역할에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에서다. 이 책을 꼼꼼히 읽었다는 송강일 씨(24·영어영문학과 3년)는 “표절이라는 말이 흔하지만 정작 스스로 엄격하지 못한 것 같다”며 “다른 사람이 노력해서 쓴 글을 정확하게 밝히면 오히려 나의 생각을 바르게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구가톨릭대는 1996년 인성교양부를 설치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인성교육을 하고 있다. 김정우 인성교양부장(신학과 교수)은 “창의적인 문제해결력 등의 능력은 취업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지만 이는 학습 윤리가 뒷받침된 정직한 활동일 때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