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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대표팀 폐회식 뒷얘기] ‘주부 신궁’ 주현정은 ‘댄싱퀸’?

입력 | 2009-09-11 09:31:00


막춤부터 웨이브까지 다양한 춤 선봬

컴파운드 선수 지원 기대감에 ‘웃음꽃’

울산 문수국제양궁장에서 열린 제45회 세계양궁선수권이 9일 막을 내렸다. 한국은 리커브 전 종목을 석권하며 금4, 은3으로 역대 최고성적을 거뒀다. 감동과 환희를 선사한 한국양궁대표팀의 시상식과 폐회식 뒷이야기들을 정리했다.

○단체·개인 2관왕 주현정 춤실력 ‘수준급’

9일 밤. 울산 문수체육공원 내 호반광장에서는 폐회 공식 연회가 열렸다. 연회의 하이라이트는 1시간 가까이 진행된 댄스 타임. 100여명 가까운 각국 선수단은 무대 위에는 자신들의 끼를 마음껏 발산했다. 활쏘기 1등인 한국. 하지만 “춤추러 안 가냐?”는 질문에는 손사래를 쳤다. ‘젊은 피’ 곽예지(17·대전체고)만이 무대 위에서 조심스레 리듬을 타고 있었다. 여자리커브 개인·단체 2관왕 주현정(27·현대모비스) 역시 먼발치서 무대를 바라보기만 할 뿐. 이 때 노는 것에 둘째가라면 서러운 콜롬비아 선수들이 주현정 쪽으로 다가왔다. 대회 최고스타와 함께 춤을 추고 싶다는 뜻이었다. “(주)현정아, 이런 날 아니면 언제 마음껏 노냐?” 축하주 한잔에 상기된 대표팀 구자청(42·현대모비스) 감독도 거들었다. 끌려 나가다시피 한 주현정.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차츰 무대를 장악해 가기 시작했다. 막춤부터 명품 웨이브까지. 흥이 난 주현정은 재킷까지 벗었다. 콜롬비아 선수들도 보조를 맞추며 분위기는 한껏 고조. 곽예지는 “언니가 원래 ‘한’춤 한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을 흘리며 무대에서 내려온 ‘주부궁사’ 주현정의 마지막 한 마디. “제가 원래 소싯적에 좀 놀았어요. (웃음) 아, 남편한테는 얘기하면 안 돼요.” 하지만 양궁선수인 남편 계동현(26·현대제철)은 “원래 (주)현정이가 춤을 잘 추는 것을 알고 있다”며 웃었다.

○정의선 회장 “컴파운드 선수들 걱정 마라”

여자컴파운드(양끝에 도르레가 달린 활) 단체전 시상식. 기적의 은메달을 이끈 대표팀의 얼굴 한편에는 그림자가 있었다. 직업선수는 5명 뿐. 리커브와 달리 올림픽과 전국체전 정식종목이 아니기 때문에 소속팀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그나마 몇몇 실업팀들도 2009세계선수권을 겨냥해 일시적으로 선수들을 받은 것뿐. 서정희(24·청원군청)와 권오향(23·울산남구청) 역시 2009년이 계약 마지막 해다. 자칫 내년부터는 세계선수권 준우승 선수들이 실업자가 될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한 줄기 희망이 생겼다. 서정희와 권오향은 “대한양궁협회 정의선 회장님께서 시상식을 마친 뒤 ‘컴파운드 선수들 걱정하지 마라’고 직접 말씀하셨다”며 웃었다. ‘걱정 말라’는 말의 의미를 두고 선수들은 기쁜 상상에 젖어들었다. 서정희는 “안정되게 계속 운동을 할 수 있는 소망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 회장은 최근 현대자동차 부회장으로 승진해 바쁜 와중에서도 2차례 울산을 방문하는 등 양궁에 대한 애정이 깊다. 컴파운드가 처한 현실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정 회장은 “여러 가지 지원책들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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