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20년 전 오늘 우리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이 발표됐습니다. 노태우 당시 대통령은 국회특별연설을 통해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공개했습니다. 남북이 자주 평화 민주의 3원칙을 바탕으로 남북연합의 중간과정을 거쳐 통일민주공화국을 실현하자는 방안이었습니다. 정부는 각계각층 국민의 의견과 지혜를 모으고 국회공청회를 거쳐 통일방안을 만들었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통일방안을 발표하면서 '다가오는 10년이야말로 우리의 넘치는 민족적 역량으로 통일의 길을 열 수 있는 역사적 시기라고 확신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기대는 빗나갔습니다. 20년이 지났지만 남북의 분단 상황은 요지부동입니다. 2차례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기는 했지만 북한의 2차례 핵실험으로 남북관계는 더욱 나빠졌습니다. 물폭탄으로 민간인 6명을 죽게 한 북한이 민족공동체 건설에 호응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 발표 20주년의 의미는 다른 데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사실상 금지됐던 통일논의가 다시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어제 통일연구원 주최로 '통일을 향한 새로운 비전과 과제'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행사지요. 두 정부는 북한을 자극하는 행사는 한사코 막았습니다. 89년 통일방안 수립에 참여했던 이홍구 전 국무총리,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 박관용 전 국회의장,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이 심포지엄에 참석해 당시를 회고하면서 통일을 위해 국가와 국민이 해야 할 노력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오랜만에 통일논의의 물꼬가 다시 열린 것입니다.
올해는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 내년은 독일 통일 20주년이 됩니다. 독일통일이 마른하늘의 날벼락처럼 갑자기 찾아왔듯이 남북한 통일도 예고 없이 닥칠 수 있습니다. 자주적으로 평화적으로 민주적으로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치열하게 논의해야 합니다. 분단극복을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로 설정하고 정교한 청사진을 만들어야 갑자기 찾아오는 통일에도 대비할 수 있습니다.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발표 20주년을 계기로 통일논의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