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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일의 책] ‘조선시대에 임진왜란은 없었다’

입력 | 2009-09-11 17:28:00


조선시대에 임진왜란은 없었다

조일전쟁

저자 백지원|500쪽|진명출판사|1만3900원

한 마디로 ‘발칙한’ 역사서다.

저자는 감히 ‘조선시대에 임진왜란이란 없었다’라고 선언한다. 이 전쟁은 17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근대 수백 년 사이에 동양에서 일어난 최대규모이자 가장 격렬했던 전쟁으로, 조선과 일본의 국제전이었으므로 응당 ‘조일전쟁’이라 칭해야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자칭 조일전쟁을 다루며 우리들이 알고 있는 역사 상식을 거침없이 비웃는다. 신랄

하면서도 섬뜩하지만 때때로 저자의 위트에 웃음이 터진다.

‘조일전쟁’은 저자 백지원이 쓴 <백성 편에서 쓴 조선왕조실록, 왕을 참하라>에 이은 우리 역사 진실 추적 시리즈 2탄이다. 저자에 따르면 조선은 세계 최강의 해군국이었고, 일본은 세계 최강의 육군국이었다. 지금까지 ‘조선=육군, 일본=해군’의 상식이 거꾸로 됐다는 것이다.

당시 조선에 대한 비판은 날카롭기 짝이 없다. 전쟁이 터진 지 불과 20일 만에 조선은 한양을 일본군에 내주게 된다. 그런데 이는 일반 여행자가 부산부터 한양까지 슬슬 걸어서 주파하는 시간과 비슷하다. 한 마디로 침공군이 올라오는 동안 걸리적거리는 것이 거의 없었다는 얘기이다.

저자는 ‘금기’와도 같은 이순신에 대해서도 ‘할 말’을 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23전 또는 24전 전승기록에 대해 ‘실제로는 16전 13승 3패’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이 16전 중 실제로 해전다운 해전은 단지 세 차례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거북선 역시 세계 최초의 철갑선이란 기록은 어디에도 없으며 개량된 판옥선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저자는 ‘성웅 이순신’을 ‘인간 이순신’으로 복원하는 작업이라고 말하고 있다.

‘진실은 불편하다’라고 말하는 듯한 이 책이 과연 얼마나 ‘진실’을 언급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때때로 저자의 외침은 과격하고 공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일독의 가치가 충분하다.

500쪽이라는 결코 적지 않은 분량의 책장이 만화책처럼 넘어가는 역사서를 만나기란 광화문 뒷골목에서 김태희와 마주치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이니까.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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