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출장을 다녀온 회사원 이동훈 씨(39)는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의 한 유명 골프샵에서 양용은(테일러메이드)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하이브리드 클럽을 구입했다. 양용은이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클럽으로 국내에선 품귀 현상을 빚었는데 바다 건너에선 저렴하게 장만할 수 있었다.
'양용은 효과'를 등에 업은 하이브리드 클럽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주말 골퍼는 물론이고 프로 선수들도 치기 힘든 롱 아이언보다 하이브리드 클럽이 대세를 이룬 듯하다.
한국프로골프협회 공식 기록 업체인 C&PS에 따르면 지난주 가평베네스트골프클럽에서 끝난 국내 남자프로투어 후반기 개막전인 삼성베네스트오픈 때 출전 선수 133명 중 117명이 하이브리드 클럽을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만 해도 하이브리드 클럽 사용자는 50%를 밑돌았다는 게 이 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프로들이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클럽을 브랜드별로 조사한 결과 타이틀리스트가 43명으로 1위에 올랐으며 테일러메이드가 30명, 캘러웨이가 13명으로 뒤를 쫓았다.
최상호(54·카스코), 강욱순(43·삼성전자) 등 고참 프로들은 양용은처럼 하이브리드 클럽을 2개씩 넣고 다닌다. 이들은 "젊은 후배들과 맞서 거리 부담을 극복하는 데 최적의 클럽"이라고 입을 모은다.
양용은은 장타자이지만 미국 진출 후 대부분 코스의 러프가 길고 억세, 지난해 11월부터 3, 4번 아이언을 빼고 대신 3, 4번 하이브리드 클럽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 3월 PGA투어 혼다클래식에서는 하이브리드 클럽 덕분에 생애 첫 승을 거둘 수 있었다. PGA투어에서 필 미켈슨과 케니 페리(이상 미국) 등도 하이브리드 클럽 애용자로 알려져 있다.
헤드 모양 때문에 '고구마'라는 애칭이 붙은 하이브리드 클럽은 페어웨이 우드와 아이언의 장점을 합쳐 놓았다. 비슷한 로프트의 아이언보다 쉽게 공을 띄울 수 있으며 캐리가 길고 런이 적어 그린에 볼을 세울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솔(바닥)이 넓어 클럽 페이스가 공을 정확하게 치지 못하더라도 미스 샷을 줄이는 실수 완화성도 뛰어나다.
하이브리드 클럽을 잘 치기 위해선 상체의 높낮이 변동이 없이 편하게 팔이 주도하는 스윙을 해야 한다. 공은 스탠스 중앙과 왼발 사이에 놓은 뒤 페어웨이 우드처럼 쓸어 치는 게 샷 요령이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