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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제53회 국수전… 흑, 시름에 잠기다

입력 | 2009-09-14 02:52:00


○ 김정현 초단 ● 강유택 3단
본선 1국 7보(137∼154) 덤 6집 반 각 3시간

지금은 역전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 강유택 3단의 심정은 어떨까. 희미한 역전의 희망을 그려보고 있을까. 아니면 포기하고 돌을 던지고 싶을까.

아직 돌을 던질 타이밍은 아니다. 무리를 해서라도 버텨보고 상대가 잘 둬서 빈틈이 없어지면 그때 던지면 된다.

흑이 전보에서 흑 ○ 대신 반상 최대인 백 ○의 자리를 차지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러면 당장 참고도 백 2가 성립한다. 백 8까지는 변화 중 하나인데 중앙으로 들어갔던 흑 일단이 모두 잡힌 꼴이다.

흑 37과 백 38. 서로 좋은 끝내기를 나눠 갖는다. 끝내기에선 이처럼 크기가 비슷한 자리를 나눠먹는 경우가 많아 역전이 어렵다. 백 46은 두꺼운 끝내기. 실리로는 흑 47이 더 크다. 백이 실리보다 두꺼움을 택한 것은 그만큼 유리한 상황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 3단은 한 집이라도 벌려고 하고 김정현 초단은 뒷맛을 없애려고 한다. 빈자와 부자의 차이다. 백 54가 터졌다. 아까부터 찜찜하던 곳이다. 백은 여기서 끝을 보려고 한다. 정면대응은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 3단은 시름에 잠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