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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편지]고종숙/노약자석은 약자도 앉는 자리

입력 | 2009-09-14 02:52:00


얼마 전 지하철에서 본 일이다. 젊은 여자가 노약자석에 앉아 있었는데, 70대 정도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느닷없이 “요즘 젊은것들은 못써! 늙은이 자리에 왜 앉아 있는 거야” 하면서 투덜거렸다. 앉아 있던 여자는 얼굴이 창백한 게 한눈에도 어디가 아파 보였다. 그 여자는 할 수 없다는 듯 일어섰는데 서 있는 게 힘이 드는지 다음 정거장에 내려 승강장 벤치에 앉는 것을 봤다.

지하철 노약자석은 꼭 노인 및 장애인들만의 전용석이 아닌데, 많은 사람이 착각하는 것 같다. 노약자(老弱者)의 ‘약’자는 약한 자를 뜻하지 않는가. 젊은이라도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약자가 되었을 때는 그 좌석을 이용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고 보는 게 맞다. 그러나 무조건 노인들만 앉아야 하고 이를 어기면 무슨 크나큰 법이라도 어기는 것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일부 있으니 야박하게 느껴진다. 노약자석에 앉아야 할 이유가 없는 멀쩡한 젊은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노약자석에 앉는 것도 문제지만 젊은 사람은 절대 앉으면 안 된다고 우기는 일부 어르신도 한 번쯤은 양보의 미덕을 보여줬으면 한다.

고종숙 서울 마포구 도화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