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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북-미 대화, 성과 있는 6자회담이 담보돼야

입력 | 2009-09-14 02:52:00


북한의 5월 2차 핵실험 도발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계속되는 가운데 북한과 미국 간의 양자 대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필립 크롤리 미국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11일 “미국은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2주일 내에 (회담 시기와 장소 등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기 위한 의도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북-미 대화가 6자회담을 대체하거나 북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에 이용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아울러 북-미 대화를 계기로 대북 제재가 유야무야되는 일도 없어야 한다.

최근 북한의 유화 공세 속에서 미국은 북의 6자회담 복귀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계속 내세우기 어려웠을 것이다. 미국은 스티븐 보즈워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한국 중국 일본 순방을 통해 북-미 대화에 대한 6자회담 당사국들과의 사전조율도 마쳤다. 우리 정부도 그동안 북핵 문제 해결을 전제로 북-미 대화를 지지해온 만큼 북-미 대화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번 대화의 목적이 단순히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면 곤란하다. 북한은 언제든지 회담장을 박차고 나갈 수 있다는 점을 국제사회는 충분히 확인했다. 따라서 본격적인 북-미 대화는 6자회담의 성과를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회담장에 돌아온 북의 지연전술에 휘말려 허송세월하는 일이 되풀이되어선 안 된다.

북의 회담 복귀만으로 북핵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는 낙관론도 경계해야 한다. 정부는 국내외 일각에서 6자회담 활성화를 위해 대북 제재를 완화하거나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경우에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대화만으로는 북을 움직일 수 없음을 명심하고 북의 핵 포기가 확인될 때까지 제재가 계속된다는 점을 확실히 해야 한다.

북은 현재 국제사회의 제재를 모면하고 권력 세습과 김정일 권력 강화를 위해 시간을 벌어야 할 절박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이 북-미 대화를 곤경에서 벗어날 기회로 악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선 철저한 국제공조가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