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수단 등서 무차별 약탈-살인… 난민 수십만명 신음
유엔“평화유지군 투입 검토”
‘신의 저항군(LRA)’이라는 무장단체가 중앙아프리카 일대에서 무차별 약탈과 살인을 일삼고 있어 이 지역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오랜 내전과 식량난으로 고통받는 이 지역 주민들의 삶은 LRA 때문에 더욱 피폐해지고 있다.
○ 신음하는 중앙아프리카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LRA의 약탈행위로 콩고민주공화국(콩고민주공)에서 54만 명, 수단 남부에서 23만 명이 고향을 떠나 난민으로 전락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난민 수천 명이 발생했다.
최근 들어 LRA는 더욱 활개치고 있다. 유엔은 지난달 콩고민주공에서 난민 12만5000명이 발생했고 수단 남부에서 18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집계했다. 유엔의 수단 담당 인도주의 협력관 아미라 하크 씨는 12일 로이터통신에 “이달에도 LRA가 수단 남부에서 7곳을 공격했다. LRA는 살인, 납치에다 주민들의 팔과 다리를 자르는 등 만행을 저지르고 있어 상황이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LRA의 공격으로 1999년부터 내전이 이어지고 있는 콩고민주공에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마저 어렵게 돼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고 유엔은 걱정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콩고민주공 주민들은 LRA의 공격이 두려워 집 밖으로 나가서 농사를 짓는 것을 꺼리고 있는데 이는 이 나라의 식량난을 가중시킨다”고 설명했다.
수단 남부 지역의 치안 불안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은 LRA에 무기와 돈을 지원해주는 대가로 수단 남부를 공격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단은 22년 동안 남북 내전을 겪은 뒤 2005년 평화협정을 맺고 2011년 남북 분단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북부의 바시르 정부가 국민투표를 막기 위해 LRA를 이용해 남부의 치안을 어지럽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 “주민학살 뒤 마을 통째로 불태워”
조지프 코니가 이끄는 LRA는 1987년 우간다 북부에 아촐리 족을 중심으로 하는 독립국가를 건설하겠다는 명분 아래 설립돼 우간다 정부와 내전을 벌여왔다. 코니는 ‘신의 대리인’이라고 자처하는 사이비종교 지도자이기도 하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2005년 10월 코니에 대해 살인 등 33개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LRA는 우간다 정부군의 공세에 밀려 2005년경 본거지를 콩고민주공의로 옮긴 뒤 한동안 활동을 중단하고 우간다 정부와 평화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지난해 3월 협상이 깨진 뒤 LRA가 다시 약탈행위를 시작하자 우간다와 콩고민주공, 수단 남부 자치정부 연합군이 지난해 12월부터 LRA 소탕에 나섰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올 들어 LRA는 이 지역 주민들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LRA의 규모는 500∼3000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앙아프리카 국가들의 치안이 취약한 데다 LRA는 잔인한 공격으로 악명이 높아 주민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UNHCR 콩고지부 대변인은 “LRA는 주민들을 학살하고 재물을 빼앗은 뒤 마을을 통째로 불태운다. 소년 소녀들을 끌고 가 소녀는 성노예로, 소년은 병사로 이용한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설명했다. 수사나 말코라 유엔 평화유지군 지원 담당 사무차장은 지난달 27일 AFP통신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수단과 콩고민주공에 파견한 평화유지군을 LRA 소탕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