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기계´ 스즈키 이치로(36. 시애틀 매리너스)가 또 다시 메이저리그의 한 획을 그었다.
이치로는 14일(이하 한국시간) 텍사스주 알링턴의 레인저스볼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MLB)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경기에서 2회초 유격수 방면의 내야안타를 작렬, 올해 양대 리그를 통틀어 처음으로 시즌 200안타 고지를 밟는 선수가 됐다.
이날 경기 전까지 9년 연속 200안타 달성에 2개 만을 남겨놨던 이치로는 이날 더블헤더 1차전에서 안타 1개를 추가한 뒤 2차전 2회 공격에서 1타점 적시타를 날려 금자탑을 쌓았다.
9년 연속 200안타는 13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처음 나온 대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윌리 킬러(1894년~1901년)가 세웠던 8년 연속 200안타다.
이는 개인 통산 안타 부문에서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피트 로즈(4256안타)나 타이 콥(4189안타)도 세우지 못했던 기록이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7년 연속(1994년~2000년) 퍼시픽리그 수위타자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던 이치로는 2000년 말 시애틀 매리너스와 3년간 1400만 달러에 계약을 맺고 일본인 야수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이치로가 메이저리그에 입성할 당시 전문가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전문가들은 왜소한 체격의 이치로가 빠른 공을 앞세우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힘에 압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치로는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에 이런 편견들을 산산조각냈다.
이치로는 타율 0.350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타격왕에 거머쥐었고, 242개의 안타로 최다안타에서도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56개의 도루를 성공시켜 도루왕도 차지했다.
맹활약을 선보인 첫 해 이치로는 아메리칸리그 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그 해 올스타에도 선정됐다.
이후 이치로는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해왔다. 9년 연속 올스타에 뽑혔고, 데뷔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9년 동안 리그 최다 안타 1위에 오른 것은 6번에 달한다.
특히 2004년 이치로의 방망이는 매서웠다. 이치로는 2004년에는 262안타를 때려내 84년 동안 깨지지 않았던 단일시즌 최다 안타 기록(종전 1920년 조지 시슬러 257안타)을 갈아치웠다. 0.372라는 경이로운 타율로 타격왕마저 휩쓸었다.
이치로는 지난 7일 1402경기 만에 2000안타를 때려내 1390경기 만에 2000안타를 기록한 알 시몬스에 이어 역대 2번째 빠른 기록으로 2000안타 고지를 밟았다.
현 시점에서 이치로가 미국 무대를 밟을 당시 쏟아졌던 혹평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치로가 아시아 선수로서는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을 뿐이다.
이치로의 명예의 전당 입성이 사실상 현실화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이치로가 9년 연속 200안타를 달성한다면 명예의 전당 입성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고 전하기도 했다.
´괴물´ 이치로에 대한 찬사도 이어지고 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데이비드 오티스는 "9년 연속 200안타라는 기록은 나에게는 너무 터무니 없는 일이다. 나는 13시즌을 뛰는 동안 200안타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다"며 놀라워했다.
시애틀의 돈 와카마쓰 감독도 "이치로가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이치로는 정신적으로 강한 사람이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는 내야안타라도 칠 방법을 찾아내는 선수"라고 말했다.
이치로는 2000안타를 달성하고 난 뒤 "3000안타 달성이 목표다. 세상의 상식을 바꾸는 것은 내가 살면서 보람을 느끼는 것 중에 하나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미 ´왜소한 체격은 안된다´는 편견을 깬 이치로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상식을 바꾸게 될 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