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한국스포츠, 나중된 자로 먼저 된 자

입력 | 2009-09-14 11:39:00


일본 출신의 야구 스타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

그가 7일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역대 두 번째 최소 경기 기록으로 2000안타 달성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200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치로는 1920~1930년대 활약했던 알 시몬스(1390경기)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빠른 1402경기(9시즌) 만에 2000안타를 기록한 것.

일본 프로야구에서 통산 1278안타를 기록한 뒤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런 대기록을 세웠으니 '야구 천재'라는 별명이 딱 어울리는 것 같다.

메이저리그에 첫 진출한 한국 선수는 현재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투수로 뛰고 있는 박찬호다. 박찬호는 1994년 LA 다저스에 입단하면서 메이저리그에 입성했고 17시즌 째 활약하고 있다.

아시아 최초의 메이저리거는 일본의 무라카미 마사노리다. 무라카미는 1964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입단한 왼손 투수로 2시즌을 뛰면서 5승의 기록을 남겼다.

1996년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회에서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가 한국과 일본의 공동 개최로 결정되면서 필자는 일본 기자들과 만날 일이 많아졌었다. 서로의 월드컵 준비 상황을 점검해가면서 월드컵 관련 기획을 공동으로 협의하기도 했는데 이때 일본 기자들이 가장 곤란해 하는 것은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는 기획물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자신들과 비슷하다고 여기는 나라들과 일찌감치 교류를 해왔던 일본의 기자들 입장에서는 한국과 뭔가를 비교하는 일이 생소(?) 했을 수도 있다.

스포츠에서도 일본은 한국을 한발 앞서 나갔다. 일본은 1964년 도쿄하계올림픽을 개최했고 1972년 삿포로, 1998년 나가노에서 동계올림픽을 치렀으며 1991년과 2007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해 세계 스포츠 빅 이벤트를 일찌감치 치러냈다.

한국은 1988년 서울하계올림픽을 치른 뒤 동계올림픽은 유치에 아직 성공하지 못하고 있고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2011년 대구에서 치르게 된다.

무라카미가 1964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것을 비롯해 축구의 경우 1977년 오쿠데라 야스히코가 당시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 무대였던 독일 분데스리가 FC 쾰른에 입단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는 1980년대 오카모토 아야코가 17승을 올리며 활약했고 테니스에서는 다테 기미코가 1990년대에 여자랭킹 세계 4위까지 올랐고 남자테니스에서는 마쓰오카 슈조가 윔블던 8강까지 진출하기도 했다.

한국 스포츠는 이런 일본에 비해 국제무대 진출이 몇 발 늦었다.

그렇지만 신기한 일은 후발주자인 한국이 일본 스포츠의 성과를 하나씩 넘어서며 더 큰 혁혁한 업적을 이룩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오쿠데라 보다 2년 늦게 분데스리가 프랑크푸르트에 입단했던 차범근(수원 삼성 감독)은 1989년까지 308경기에서 98골을 넣으며 역대 분데스리가에서 뛴 외국 선수 중 다득점 1위에 올라 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17시즌 동안 120승을 거두며 지금도 맹활약 중이다.

골프에서는 '바람의 아들' 양용은(테일러메이드)이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에서 우승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 낭자군의 LPGA에서의 활약상은 말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

일본의 이나모토 준이치가 2001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에 들어갔지만 큰 활약을 못한 반면 '산소 탱크'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축 선수로 맹활약하고 있는 것도 한 가지 사례.

정말 '나중 된 자들로 먼저 될 자들이 많으리라'는 성경 말씀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한국 스포츠의 이런 저력을 보면 2005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메이저리거로 뛰기 시작한 뒤 현재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주축 타자로 활약 중인 추신수(14일 현재 통산 303안타)가 이치로의 기록을 넘지 못하란 법도 없다.

권순일| 동아일보 스포츠사업팀장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