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강호동(왼쪽)과 유재석. 동아일보 자료 사진[포토]강호동 ‘행복 팍팍!!’[포토]유재석에게도 이런 표정이…
MBC '무릎팍 도사'를 진행하는 개그맨 강호동은 출연진이 재밌는 이야기를 하면 '우하하' 소리를 내면서 뒤로 벌러덩 넘어지며 크게 웃는다. 그의 웃음소리는 시청자들이 보고 있던 TV의 볼륨을 낮춰야 할 정도로 크지만, 따라 웃게 하는 전염성이 있다. 개그맨 유재석은 배꼽을 쥐고 앞으로 쓰러지면서 '큭큭' 소리를 내며 웃는다. 이와 같이 개그맨의 웃음소리는 단순한 '소리'를 넘어 개성을 드러내는 '트레이드마크'다.
동아일보는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교수 연구팀에 의뢰해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이경규 노홍철 박명수 이경실 송은이 등 개그맨 8명의 웃음소리 특징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개그맨이 출연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개인별로 10여 개 웃음소리를 녹음해 △정감성 △파급성 △다양성 △울림성 △목젖울림 △청음도 등 6개 항목에 걸쳐 1~5점씩 점수를 매겼다.
유재석은 '목젖울림'과 '파급성'에서 최고 점수인 5점을 받았다. 배 교수는 "웃음소리를 들었을 때 다른 사람이 얼마나 따라 웃고 싶어지는지를 '파급성'이라고 하는데, 이는 웃음이 진행되는 리듬과 성대 떨림의 간격이 지표가 된다"며 "유재석 씨는 깔깔대며 숨 넘어가는 웃음소리로 '웃음 바이러스'를 퍼뜨린다"고 말했다. 목젖울림은 얼마나 목젖을 간질이는 소리가 나오는가를 수치화 한 것이다. 성대보다 목젖을 활용해 웃을 때 청중의 호응도가 훨씬 더 높아진다. 유재석과 송은이는 이런 면에서 으뜸이다.
강호동은 '울림성'과 '다양성'에서 4점을 받았다. 배 교수는 "강호동의 목소리가 저음 대역에 놓여 있어 울림성이 좋아 믿음과 안정성을 주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성' 점수가 높다는 것은 상황에 따라 다양한 웃음소리를 낸다는 뜻. KBS2 '1박2일'의 나영석 PD는 "강호동은 '예능=리액션'이라고 말할 정도로 다른 사람이 개그나 재미있는 상황에 시의적절하게 웃는다"며 "10 정도의 재미가 있다면 이를 20, 30으로 증폭시킨다"고 말했다.
이경실은 6개 항목 중 정감성, 파급성, 다양성, 청음도에서 4점을 받는 등 골고루 높은 점수를 받았다. MBC '세 바퀴' 박현석 PD는 "이경실 씨는 웃음소리가 활력이 넘쳐 다른 출연진의 개그를 잘 살리는 효과가 있다"며 "한 출연진이 다른 방송 녹화현장에서 반응이 없어 '죄송하다'며 끝낸 개그가 있었는데, 세 바퀴에서는 이경실의 리액션 덕분에 그 개그가 살아났다"고 말했다.
신동엽은 웃을 때 성대 떨림의 변화가 잦아 '정감성'이 4점으로 높았다. 정감성이 높으면 웃음소리에 친화력이 깃들여있다는 뜻. 로봇과 같은 인위적인 웃음소리는 정감성이 '0점'이다.
송은이는 청중이 따라 웃게 하는 '파급성'이 5점으로 높았다. 이경규는 후두가 크고 목소리가 중저음으로 연령대에 비해 웃음의 울림성이 좋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박명수의 경우 무표정한 웃음이 재미있지만 웃음소리에는 청중의 호응을 일으킬 만한 요소가 적고 노홍철은 웃음소리와 말소리가 잘 구분되지 않고 웃음소리의 특징이 두드러지지 않다고 분석했다.
배 교수는 "웃음소리는 타고 나는 것이라 후천적으로 바꾸기 힘들지만, 웃음소리가 좋은 개그맨들이 방송에 나와 자주 웃으면 시청자들이 그 분위기에 감흥이 돼 따라 웃는 효과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