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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苟正其身矣면 於從政乎에 何有이며…

입력 | 2009-09-15 02:52:00


유학은 최고 권력자인 君主의 正身과 정치에 참여하여 실제 권력을 행사하는 大夫의 正身을 함께 강조한다. ‘논어’ ‘子路(자로)’의 이 章에서 공자가 正身從政(정신종정)을 말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正身은 ‘대학’의 八條目(팔조목) 가운데 平天下, 治國, 齊家의 기본요건인 修身(수신)과 같다. 단, 정약용은 大夫의 아래에서 정무를 담당하는 士 계층의 역할을 기대했으므로 士의 正身도 함께 강조했다.

苟는 ‘진실로 ∼이라면’이다. 正其身矣는 자기 몸가짐을 바로잡았다는 뜻으로, 矣는 확정의 어조를 지닌다. 於∼乎는 ‘∼에 있어서’라는 뜻의 구문이다. 從政은 군주의 정치를 協贊(협찬)하여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何有는 何難之有(하난지유)의 준말로,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해서 아무 어려움이 없음을 강조했다. 한편 如∼何는 ‘∼을 어찌하랴’라고 반문하여 ‘∼을 어찌할 수 없다’는 뜻을 나타낸다. 正人은 正身과 대비되는데, 여기서는 백성들을 바로잡는 일을 뜻한다.

正身從政(정신종정)은 ‘자로’ 편의 다른 章에서 공자가 ‘몸가짐이 바르면 시키지 않더라도 행한다’고 말한 것과 유사하되 조금 의미가 다르다. ‘시키지 않더라도 행한다’고 한 것은 爲政(위정)하는 군주에게 德이 있어서 敎化(교화)가 절로 이뤄짐을 뜻한다. ‘정치를 함에 무슨 어려움이 있으랴’라 한 것은 從政하는 大夫와 士가 政令을 실시하는 일을 두고 말한 것이다. 둘 다 正身을 강조했다. 정치 참여자가 不正(부정)이나 瀆職(독직)을 저지르면서 백성에게 正道를 따르라고 강요한다면 효과를 볼 수 있겠는가. 지금이라고 다르겠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