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이드라인 초과… 이면 합의 의혹”
대한석탄공사의 전(前) 경영진이 노동조합과의 이면합의로 과도하게 임금을 올려줘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손준호)는 김원창 전 대한석탄공사 사장 등 석탄공사의 전 경영진이 노조와의 이면합의로 정부의 공기업 임금인상 기준을 초과해 임금을 인상하는 등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석탄공사는 최근 김 전 사장 등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으며 검찰은 곧 석탄공사 관계자를 차례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공기업 경영진이 노조의 요구에 응해 필요 이상으로 임금을 인상했다는 이유로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지난해 검찰은 공기업 및 공공기관 비리를 수사해 공기업 등 33곳의 250명을 기소했지만 대부분 공금 횡령, 인사 비리, 특혜 대출 등의 혐의였다.
석탄공사 측은 김 전 사장이 사장으로 재임 중이던 지난해 1월 석탄공사 이사회의 뜻과 달리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여 보건관리비를 신설한 뒤 예산에 반영하지도 않고 임금을 올리기로 이면합의를 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 이사회는 노사가 합의한 임금 4.5% 인상안이 정부 가이드라인인 3%를 초과한다는 이유로 의결을 보류했다. 그 후 김 전 사장은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는 것처럼 사실과 다른 노사합의안을 만들어 보고하고 이사회 의결을 받았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6월 “석탄공사 노사가 편법으로 임금을 올려 보건관리비 명목으로 지난해 12억7000만 원, 올해 2월 말까지 1억9000만 원을 지급했으며 근거 없이 정년퇴직자와 산업재해 사망자에게 1인당 평균 8600만 원의 공로금을 줬고 5년간 435억 원을 더 줄 계획이었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김 전 사장 측은 “당시 노사 임금 합의와 관련한 관례가 있었고 인건비를 인상하기는 했지만 상대적으로 노사합의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공사의 손익에는 오히려 큰 도움이 됐는데 이 같은 점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