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불어 닥친 걷기 열풍의 중심에 제주 ‘올레’가 있다. 2007년 9월 9일 올레 1코스가 탄생한 지 불과 2년 만에 올레는 제주의 관광 패러다임을 바꾸는 총아로 등장했다. 올레는 큰길에서 집까지 이르는 골목길을 뜻하는 제주방언이지만 지금은 전국의 자치단체가 벤치마킹할 정도로 걷기여행의 대명사로 바뀌었다.
올레코스를 만든 사단법인 제주올레 홈페이지는 연일 뜨겁다. 자유게시판 등에는 하루에도 수백 건의 글과 경험담, 사진 등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가히 폭발적이라 할 만하다. 코스, 숙소, 교통편 등 정보를 비롯해 걷기 동반자 구하기 등 내용도 다양하다.
올레코스를 걸으며 영혼의 안식을 얻고, 살아온 삶을 풀어헤쳤다가 다시 엮어보고, 살갗에 닿는 흙과 풀을 느끼고, 바짝 마른 입술을 적시는 성수(聖水) 같은 물 한 모금을 마시며 오감(五感)이 한꺼번에 열리는 체험을 하고 있다.
올레코스를 개장한 첫해 3만여 명에 불과했던 걷기여행객이 올 들어 8월 말까지 12만여 명에 이르렀다. 차를 타고 다니면서 느낄 수 없는 제주의 바다와 해안, 숲 등 ‘속살’을 온전히 만날 수 있는 것이 올레의 최대 매력. 자연친화형 화장실을 만들고 저렴한 비용으로 숙소를 제공하는 게스트하우스를 비롯해 ‘할망(할머니)민박’ 등이 속속 등장했다. 올레코스 길동무, 자원봉사자를 양성하는 아카데미가 개설되고 교통편이 정비되고 있다.
올레 지도, 인증서, 안내소 등이 등장하며 제주의 올레는 ‘나날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걱정도 앞선다. 시설물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면 올레의 초심이 변질된다. 시멘트 길을 걷어내고 있지만 최소화해야 한다. 돌길, 시멘트 길이 있기에 숲길, 송이(화산쇄설물) 길이 편안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법이다. 올레꾼과 마을주민의 소통도 중요한 요소다. 수익이나 알뜰 여행도 중요하지만 올레꾼과 지역주민이 서로 상처받지 않도록 배려하며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26일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와 한림읍 한림항을 잇는 올레 14코스(10km)가 개설되면 제주 올레는 모두 260km로 늘어난다. 제주 올레가 세계인들이 찾는 명품 길이 되기 위해서는 ‘놀멍 쉬멍 걸으멍(놀면서 쉬면서 걸으면서)’이라는 올레의 초심과 정신을 간직해야 한다.
세계적 걷기 명소인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 길은 자리를 잡는 데 천년의 세월이 걸렸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