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에게 군대에 간 남자 친구를 죽이겠다는 협박 전화를 걸어 수차례 음란행위를 강요한 3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여성은 무려 8시간 동안이나 협박전화에 시달리다 끝내 경찰의 도움으로 악몽에서 벗어났다.
15일 인천 삼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3일 새벽 4시3분께 서울에 사는 A씨(23·여)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전화를 받았다.
인천 부평구의 한 공중전화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수화기 너머의 남성은 낮게 깔린 목소리로 ‘군복무 중인 남자 친구의 소속 부대 중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얼마전 사격훈련에서 남자 친구가 총으로 나를 쏴 군 법원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고 말했다.
잠결에 놀란 A씨는 곧장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되물었다.
남성의 요구는 간단했다.
불특정 남성들과 성관계를 맺고 그 소리를 공중전화에 있는 자신에게 들려달라는 것이었다.
너무나 황당한 요구에 당황한 A씨가 이를 거절하자 남성은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남자 친구를 자살로 위장해 죽여버리거나 교도소에 보내겠다’고 협박하기 시작했다.
이런 협박전화는 이후 오전 8시와 10시께 등 총 4차례나 걸려왔고, A씨는 8시간에 걸쳐 엄청난 불안과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A씨는 이날 오전 11시께 군에 있는 남자 친구와 통화를 해 ‘그런 일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 곧장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서울 구로경찰서는 전화가 걸려온 인천 삼산경찰서에 연락을 취해 이날 낮 12시10분께 부평구 부개동의 한 공중전화 앞에서 서성이던 B씨(30)를 그 자리에서 붙잡았다.
B씨가 전화를 건 곳은 놀랍게도 경찰치안센터 앞이었다.
경찰조사 결과 B씨는 군에 간 남자 친구를 그리워하며 A씨가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라온 글을 우연히 읽은 뒤 휴대전화 번호를 해킹해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삼산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너무나 황당한 사건이라 조사 내내 할 말을 잃었다”며 “B씨가 처음엔 범행을 완강히 거부했으나 공중전화 통화내역과 A씨의 휴대폰에 찍힌 수신내용을 보여주니 범행 사실을 순순히 자백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사례에서 보듯 미니홈피도 해킹당하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며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B씨를 통신매체이용음란죄와 강요죄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인천=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