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과 행복의 상관관계에 대해선 미국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의 연구가 유명하다. 그는 1946년부터 30여개 나라를 대상으로 국민의 행복도를 연구했다. 그 결과 경제력의 강약을 떠나 모든 국가에서 소득수준과 개인의 행복감 사이에 어느 시점까지 비례 관계가 성립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여기까진 상식적 얘기다. 중요한 것은 일정 시점을 지나면 소득이 높아져도 행복도가 더 높아지지 않는 현상이었다. ‘이스털린의 패러독스’다.
▷행복의 역설은 어디나 존재한다. 소득이 높을수록 행복도가 높아진다면 미국과 일본 국민이 쿠바와 방글라데시보다 행복해야 하는데 각종 조사를 보면 그렇지 않다. 미국은 1971년부터 1991년까지 20년 동안 국민소득이 83% 증가했지만 행복하다고 느끼는 국민의 비율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국민 행복도 조사 중에는 영국 신경제재단(NEF)과 레스터대학의 국민행복지수도 널리 알려져 있는데 2007년도 1위 국가는 비누아투와 덴마크였다. 비누아투는 태평양의 가난한 섬나라다.
▷로버트 케네디 전 미국 상원의원은 생전에 “국민총생산(GNP)은 삶을 살아갈 가치가 있도록 만드는 것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것을 측정하는 것”이라며 소득지표의 한계를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요즘 국가의 경제활동을 나타내는 지표로 가장 널리 쓰이는 국내총생산(GDP)은 환경악화 등 외부효과나 삶의 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이를 대체하는 경제지표가 없는 것은 개인의 행복을 계량화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와 아마르티아 센 교수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에게 행복, 웰빙 등의 지표를 포함시킨 새로운 경제지표 권고안을 제출했다. 새로운 경제지표 창안은 사르코지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다. 새 지표는 GDP 산출방식의 변경, 새로운 행복 측정법, 환경 및 금융안전성 등 3가지로 구성돼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를 내주 피츠버그에서 열리는 G20 회의에 주요의제로 상정할 예정이다. GDP가 세계 13위권인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도는 2007년 NEF와 레스터대학의 조사에서 모두 100위 이하였다. 스티글리츠-센 방식에 따른 행복도는 어떨지 궁금하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