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구이무(一球二無). 공 하나 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게 포수라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미완의 대기로 불려온 SK 정상호(사진)가 새로운 안방마님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주 팀을 12연승으로 이끌며 팀창단 최다연승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냈다. 12연승 기간 동안 SK의 방어율은 1.98. 김성근 감독은“나도 놀랄 만큼 정상호의 발전속도가 빠르다”며 3년연속 정규리그 1위와 한국시리즈 3연패에도 자신감을 나타냈다.
지난 6월24일 박경완이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주전포수가 된 정상호는 패배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주전으로 마스크를 쓰자마자 7연승. 모든 게 쉽게 풀리나 했는데 곧바로 7연패를 당했다. 10경기에서 1승9패. 박경완의 공백이 현실로 나타나는 듯했고 SK가 4위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나돌았다. “결론은 하나였죠. 포수가 흔들리면 투수가 잘 던질수 없다는 것. 포수가 도망가는데 어떻게 타자를 이기겠습니까?”
위기에서 도망가는 자신을 발견한 정상호는 좀더 과감하게 공격적으로 투수를 이끌었고 위기탈출에 성공했다.“철저한 분석도 중요하지만 타석에서 타자의 움직임을 보고 순간순간 어떤 판단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두달 이상 꾸준하게 경기에 나가면서 정상호는 타자들의 심리와 작은 발놀림까지 읽어내는 여유를 갖게 됐다. 박경완은 “투수뿐만 아니라 포수도 위기관리 능력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상호가 많이 좋아졌다”고 후배를 칭찬했다.
2001년 포수로는 역대 최고계약금인 4억5000만원을 받고 SK에 입단한 정상호. 그의 꿈은 빨리 주전포수가 되는 것이었지만 주전까지는 9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강성우, 양용모, 장재중, 김동수, 박경완이라는 정말 코칭스태프급 선배들이 마스크를 쓰고 SK의 안방을 지켰기 때문. ‘최고 포수로 평가받는 박경완에게 가장 배우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냉정함. 경완 선배는 무서울 정도로 냉정하고 침착합니다.” 포수는 수비가 우선이지만 정상호는 수비형 포수보다는 공격형 포수로 불리기를 바란다. 올해 데뷔후 처음 두자릿수 홈런을 쳤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김경기 타격코치는 “상호의 파워는 엄청나다. 풀타임을 뛴다면 30홈런도 칠수 있다”며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수비도 잘하고 홈런도 많이 치는 박경완같은 포수가 되고 싶다는 게 정상호의 꿈이다. 정상호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투수를 리드하는 것이 진정한 포수라는 깨달음을 얻은게 올시즌 최고의 수확”이라고 이야기한다. 김성근 감독은 내년 시즌 주전포수가 박경완이냐는 질문에 “내년에 가 봐야 안다”고 신중하게 답변했다.
박경완과 비교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그만큼 정상호의 성장을 인정한다는 이야기다.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투수를 번쩍 끌어안는 꿈을 수도 없이 꾸었습니다. 주전으로는 한번도 뛰어본 적이 없는데 올해는 꼭 꿈을 이루고 싶습니다.” 유난히 포수의 부상이 많았던 올시즌. SK 정상호의 등장은 다소 늦은감이 있지만 야구팬들에게 큰 기쁨으로 전달되고 있다. 박경완의 뒤를 이을 새로운 명품포수로 성장하고 있는 정상호의 표정에 자신감이 넘친다.
야구해설가
꿈이 있는 사람은 걱정이 없다. 실패와 낙심으로 힘들어도 꿈이 있어 이겨낼 수 있다. 선수들의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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