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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짭쪼름함, 아… ‘영광의 맛’

입력 | 2009-09-16 10:07:00


영광하면 떠오르는 첫 번째는 뭐니 뭐니 해도 굴비다.

영광 굴비는 임금의 수랏상에 오른 음식 중에서도 으뜸으로 쳤다. 음식 중의 음식이라는 말이다. 왜 일까. 이유는 맛에 있다. 세상의 온갖 산해진미를 맛보는 임금에게도 영광 굴비는 특별한 맛으로 받아 들여졌다. 짭조름한 맛은 윤기가 자르르한 흰 쌀밥과 곁들이면 중화되고, 궁합을 이뤄, 계속 손이 가게 만든다. 한번 맛보면 배가 부르기 전까지 결코 젓가락을 놓지 못하게 하는 중독성은 가히 대단하다.

전남 영광군 법성면 해안에 위치한 포구 법성포로 떠났다. 영광 굴비를 맛보기 위해서다.

요즘은 돈만 있으면 전국 어디서나 자기 집 밥상에 어렵지 않게 올릴 수 있는 음식이지만 산지에서 먹는 음식 맛은 특별하다.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그 맛

영광 굴비는 역시 기대를 배반하지 않았다. 영광군 영광읍에 위치한 한정식당 ‘문정’(061-352-5450)에서 맛 본 영광 굴비는 서울에서 먹는 것과 차이가 있다. 굴비 자체가 우선 맛있고, 그릴에 구워낸 게 맛을 더했다. 게다가 산지에서 먹는 분위기가 맛을 더욱 끌어 올렸다.

영광에는 타 지역에서 일반적으로 먹는 방식인 구운 굴비 말고, 고추장 굴비라는 별미가 하나 더 있다. 마른 굴비를 손으로 잘게 찢은 뒤 고추장 양념에 버무려 내는 음식인데 맛이 기막히게 좋다. 김순이 문정 사장은 “고추장 굴비는 영광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다. 다른 지역에서 오신 분들은 맛을 보고 다 좋아한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굴비는 그 이름에 재미난 유래가 있다. 문화관광해설가 박해자 씨는 “고려 시대 문신 이자겸이 법성포에서 굴비 맛을 보고 반한 사연이 있다”고 운을 뗀다.

이자겸은 고려 16대왕 예종에게 자신의 딸 순덕을 보내 결혼시키고, 둘 사이에선 인종이 태어난다. 이자겸은 이후 인종에게도 딸을 시집보낸다. 자신의 손자에게 딸을 시집보내는 일은 현재의 윤리 기준으로 보면 어처구니없지만 당시 왕가에는 근친혼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여간 이런 방법으로 권력을 얻은 이자겸은 아예 왕이 되겠다는 욕심에 반란을 일으키는 데 부하 척준경의 배신으로 실패하고 법성포에 유배당한다. 사형 당해야 마땅하지만 왕의 장인이라는 점이 죽음을 모면케 한 것. 이자겸은 유배지인 법성포에서 굴비를 맛본 뒤 그 맛에 반해, 이를 임금에게 진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는 잘못을 용서해달라는 아부가 아니라, 뜻을 굴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굴비(屈非)로 명명했다는 거다. 곱씹어 볼수록 재미있는 얘기다.

●영광 굴비가 맛있는 이유

굴비는 조기를 절여서 만든다. 그런데 현재 영광 굴비는 영광에서 난 조기로만 만들지는 않는다.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잡은 조기도 사용한다.

영광 굴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조기도 중요하지만 이 보다 영광에서 건조하는 방식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굴비제조공장 해다올(061-356-2019)의 박윤수 대표는 “법성포는 굴비를 만드는 데 최적의 장소다. 굴비는 조기를 썩히지 않고 말려야 하는데, 법성포는 하늬바람(북서풍)이 불어 건조가 잘 되고, 연평균 기온 12도를 유지하고, 습도가 68%% 미만이라 상하지 않으면서 가장 맛있는 굴비를 만들어 낸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1년 넘게 보관해 간수가 완전히 빠진 천일염으로 염장하는 제조 방식은 영광 굴비만의 맛을 만들어 낸다.

원재료인 조기도 최고만을 고집한다. 국내 연안에서 잡히는 조기는 13종 가량 되는데 영광 굴비는 이 중 참조기만을 사용한다. 박 대표는 “참조기는 알이 크고, 지방이 풍부해 탁월한 맛의 바탕이 된다”고 말한다.

해다올을 방문한 자리에서 길이 28cm에 달하는 참조기 한 두름(10마리씩 두 줄로 엮은 것)을 발견했다. 서울의 백화점에서 90만원에 팔리는 물건이란다. 비싼 이유를 물으니 박 대표는 “희소성 때문이다. 이렇게 큰 조기는 사실 많이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일반인들이 먹기에 가장 맛있는 가격대는 얼마일까. 해다올의 한 직원은 한 두름에 5만원 정도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물론 비싸면 비쌀수록 더 맛은 있겠지만 가격과 비례해 맛이 더 좋아지지는 않는다는 얘기. 물론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영광|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사진제공=영광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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