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 전공의들의 가운에서 다량의 세균뿐만 아니라 항생제도 말을 안 듣는 '슈퍼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한림대의대 진단검사의학교실 김재석 교수팀은 지난해 모 대학병원의 전공의 28명(내과 18명, 외과 10명)이 착용했던 가운 28개와 넥타이 14개를 수거해 가운 밑단과 팔소매 끝 등을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소매 끝부분에서 관찰된 세균 집락 수는 평균 20~39개였으며 130개가 발견된 가운도 있었다. 특히 가운 7개(25%)와 넥타이 1개(7.1%)에서는 페니실린계 항생제로도 말을 듣지 않는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이 나왔다. 만성질환자가 MRSA에 감염되면 혈관, 폐, 수술부위 등에 심각한 2차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 오염된 가운을 입고 일반 환자실과 중환자실을 돌아다닐 경우, 교차 감염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내과 전공의는 평균 8.4일, 외과 전공의는 12.4일 동안 가운을 세탁하지 않은 채 계속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착용기간이 이틀밖에 안됐지만 MRSA가 발견된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착용기간이 짧다고 오염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내에는 아직 세균으로 오염된 의료인 복장 때문에 환자가 감염된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대학병원에서 오염된 수술복 때문에 환자 두 명이 뇌수막염이 발생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복장을 통한 감염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영국정부는 소매를 통한 감염을 막기 위해 지난해 1월 1일부터 의료진에게 반소매 가운을 의무적으로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또 손을 깨끗하게 씻도록 하기 위해 의료진은 근무시간 동안 시계 팔찌 반지 등을 착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지현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