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올슉업’ 주연 맡은 god 출신 손호영
방글방글 선한 웃음이 먼저 떠오르는 그가 기름진 ‘육식남’으로 변신했다. 오토바이, 보잉 선글라스, 가죽 재킷, 징 박은 벨트, 반질반질 빗어 넘긴 머리에 건들건들 흔드는 다리.
뮤지컬 ‘올슉업’에서 손호영 씨(29)는 그렇게 ‘채드’로 변해 있었다.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홀에서 15일 그를 만났다. 1999년 그룹 ‘god’로 데뷔한 그는 3년 전부터 솔로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흰 티셔츠에 헐렁한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온 그는 연방 쿨럭거렸다. 극장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 보니 5년 만에 천식이 도졌다면서 인터뷰 내내 따끈한 카모마일 차를 마셨다.
‘올슉업’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 24곡을 엮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싱글즈’(2008년)에 이은 그의 두 번째 뮤지컬 무대다. ‘싱글즈’ 이후 출연하기로 한 영화 두 편이 잇따라 무산돼 힘든 시간을 보내던 중 출연 제의를 받았다. 그는 “뮤지컬 무대에 다시 서고 싶었다. 다른 스케줄을 취소해도 뮤지컬을 할 거라고 했다”며 특유의 눈웃음을 지었다.
‘올슉업’은 시장이 선포한 ‘정숙법’으로 노래와 춤, 애정행각이 금지된 마을에 이방인 채드가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뒤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저요? 사람과 음악을 좋아한다거나 삶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는 채드와 비슷하지만 표현하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요. 채드는, 어우, 정말 느끼하죠. 끈끈한 눈빛, ‘헬로 달링’같이 끈적하게 해야 하는 대사, 허리와 골반을 쓰는 춤까지 제 것으로 만들기가 쉽지 않았어요. 왜 이렇게 느끼해야 하는지 연출자와 끊임없이 얘기를 나눴어요.”
‘god’ 콘서트나 솔로 콘서트에서야 실수를 해도 팬들이 너그럽게 봐주겠지만, 뮤지컬 무대라면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뮤지컬 무대에 선 가수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콘서트에서는 틀려도 애드리브로 넘어갈 수 있죠. 하지만 뮤지컬 무대에서는 긴장을 늦출 수 없어요. 연예인이니까 얼굴로 대충 때워야지 하는 생각은 절대 안 해요.”
극의 흐름 속에 있는 뮤지컬 넘버를 부를 때는 연기의 연장이기 때문에 감정을 한껏 싣고 바이브레이션을 많이 사용해 창법 자체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포트라이트의 한가운데 섰던 ‘god’ 시절을 지나오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인기가 사라질까봐 매일이 무서웠어요. 인기가 커지니 세상의 대우가 달라졌지요.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는 걸 잘 알아요. 쓸쓸할 때도 있지만 다시 꿈꾸고 노력하고 걸어가야죠. 솔로가수로, 뮤지컬 배우로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좋아요.”
그는 ‘올슉업’을 하면서 살아 있음을, 행복을 느꼈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네 커플이 맺어지는 해피 엔딩으로 ‘올슉업’이 끝난 뒤 ‘손호영 콘서트’ 같은 커튼콜이 이어졌다. 삼삼오오 극장을 빠져나가는 관객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동아일보 이훈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