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인 교수 최초 개념 정립… 내일부터 서울大서 국제학술대회
《18일부터 21일까지 서울대 신양인문학술정보관에서는 응용현상학을 주제로 동아시아 현상학 국제학술대회가 열린다. 응용현상학의 개념을 한층 분명하게 해명하고 응용현상학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연구자들을 모아 새로운 영역과 주제를 탐색하는 자리다. 여느 학술대회와 다른 점은 이 학술대회의 주제어인 ‘응용현상학’의 개념정립을 한국 철학계가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대 이남인 교수가 세계 철학계의 연구 흐름을 잡아내 응용현상학으로 정리함으로써 한국 철학계가 응용현상학 담론을 주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신경과학-인류학 등 타학문에
현상학적 시각 접목해 재해석
“새로운 학문 탄생에도 도움”
응용현상학은 현상학의 창시자인 에드문트 후설의 현상학에 기원을 둔다. 후설은 철학이 제대로 정립되면 여러 분과학문이 제대로 정립된다며 철학으로서의 현상학을 중시했다. 후설은 20세기를 ‘위기의 시대’로 진단했다. 물리학적 실증주의로만 세상을 이해하려는 풍조에 문제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물리학적 현상이 아닌 것까지 물리학적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응용현상학은 이런 현상학적 통찰을 기반으로 다른 학문 분야를 파악하는 학문이다.
이 교수는 “현상학적 통찰을 가미함으로써 기존 학문 분야의 이론적 토대를 튼튼히 할 수 있고, 새로운 학문 분야의 출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현상학계가 응용현상학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함으로써 이 새로운 철학 사조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현상학을 적용한 다양한 분야의 연구 성과들이 발표된다. 신경과학, 환경학, 인류학, 사회학, 윤리학, 종교학, 심리학, 간호학, 예술, 영화, 경제위기, 음악을 망라한다. 일본 중국 대만 홍콩 등 동아시아 지역의 현상학자 17명, 미국과 유럽의 현상학자 7명, 한국의 현상학자 8명 등 모두 32명이 응용현상학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다.
‘메를로퐁티의 몸 도식 개념과 신경과학’을 주제로 신경현상학에 대해 발표하는 한정선 감리교신학대 교수(종교철학)는 “자연과학적인 접근법으로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신경과학과 1인칭의 주관적인 감정을 연구하는 현상학을 접목하면 인간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신경과학은 신경계와 화학반응 위주로만 인간을 이해하려고 하지만 현상학을 적용하면 인격을 가진 통합체로서 인간을 더 완전하게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성하 우석대 교수(현상학)는 ‘현상학과 영화-영화를 보는 행위에 대한 현상학적 분석’을 발표한다. 단순한 화면의 연속으로서의 영화가 아니라 관객의 의식 속에 나타나는 영화를 현상학적인 틀로 분석한 것이다. 우 교수는 “영화를 감상하는 태도와 이해하는 방법을 현상학적으로 파악해 영화 이론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아시아 현상학 국제학술대회는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홍콩과 도쿄에서 열린 대회에는 현상학자들만 참여했지만 이번 학술대회는 타 학문과의 연계를 이루는 응용현상학을 주제로 한 만큼 다른 학문 분야의 학자들에게도 문을 열었다.
이 교수는 “응용현상학이라는 철학계의 연구흐름이 이번 학술대회를 계기로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며 “정확한 개념을 세계의 현상학자들과 함께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이남인 교수는:
△1958년생 △1981년 서울대 철학과 졸업 △1991년 독일 부퍼탈대 철학박사 △1995년 서울대 철학과 조교수 △2002년 한국현상학회 섭외이사 △2004년 동서철학회 편집위원장 △2008년 국제철학원 종신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