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세미나 같던 분위기는 갑자기 바뀌었다. 돔구장이 원인이었다.
14일 서울 중구 을지로 프레지던트호텔에서는 한국야구발전연구원이 주최한 제3회 야구발전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주제는 프로야구 통합 미디어 플랫폼, 인프라 조성 등 4개였지만 정작 토론회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한 것은 질의응답 시간에 등장한 안산 돔구장이었다.
사회자로 나선 야구발전연구원 김종 원장이 발표자였던 전용배 동명대 교수에게 “서울, 부산이 아니면 돔구장은 성공하지 못할까”라는 질문을 던진 게 시작이었다. 전 교수는 “안산에 돔구장이 생기는 게 나쁘지는 않지만 경제적인 면에서 위험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불을 붙인 건 초청 참석자인 이용일 전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의 발언이었다. 이 전 총장은 “도쿄돔 사용료가 경기당 2억 원이 넘는다. 요미우리 같은 인기 구단이 아니면 감당할 수 없다. 돔구장을 지을 돈으로 광주, 대구, 대전에 새 구장을 마련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토론회장이 웅성거리더니 발언 요청이 쇄도했다. 경기 안산시 투자1팀 박양복 팀장은 “안산 돔구장 여건은 어느 지역 못지않다. 이미 모든 검토를 끝냈다. 내년 7월에 착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산 돔구장을 지지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돔구장 건설에 4200억 원이 들지만 지방자치단체나 구단의 부담이 아니라 인근에 주상복합건물 등을 함께 짓게 될 민간 사업자가 개발이익을 통해 공짜로 지어준다는 설명도 나왔다. 패널로 참가한 정희윤 스포츠경제연구소장은 “시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할 것이다. 내가 구단주라면 안산으로 간다”고 말했다.
5월 시의회에서 부결됐던 안산 돔구장 건립안은 7월 재상정된 뒤 논란 끝에 통과됐다. 시 관계자는 “세금 낭비를 우려해 반대하는 분들도 있지만 시민 70∼80%가 찬성한다. 프로야구 팀을 유치하면 흑자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돌발변수가 없다면 3만2000석 규모의 안산 돔구장은 2012년 말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부터 안산 돔구장에서 프로야구 경기를 볼 수 있을까.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