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는 경기방식이 매년 같은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프리시즌(pre season)-메인시즌(main season)-포스트시즌(post season)-오프시즌(off season) 순으로 물레방아 돌아가듯 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프리시즌이라 통칭하고, 4월부터 9월까지 정규 페넌트레이스를 메인시즌이라 일컫는다. 10월의 포스트시즌은 챔피언 결정 시리즈라 할 수 있다.
물론 오프시즌은 호수 위에서 유유히 유영하는 물오리처럼 한가해 보이지만 실상 수면 아래의 오리다리처럼 바쁘게 다음해를 준비하는 때다. 이런 과정이 연속적으로 이어지고 해가 바뀌어도 전체 운영방식은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는 스포츠가 프로야구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프로야구에서 9월 한 달만은 색다른 이름을 하나 붙여도 좋을 듯하다. 정규시즌 스케줄 외에 별도 스케줄을 매년 편성해 우천경기 취소 등의 사유로 뒤로 미뤄놓은 경기를 9월에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마철에 취소·연기된 경기가 많을수록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장담할 순 없지만 초반 부상선수가 많을 경우 일단 미뤄놓고 보자는 팀도 있을 터이고 그렇지 않은 팀도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현재 상황을 보면 쉬엄쉬엄 휴식을 취해가며 경기를 하는 여유로운 팀이 있는가 하면 연일 강행군 해야 하는 어려운 팀도 있는 모양이다.
원래 6개월간 벌어지는 장기레이스가 하늘의 뜻에 따라 ‘5+1의 시스템’으로 변형돼 취소·연기된 경기가 한해 농사의 향방을 좌우하는 ‘왝 더 독(wag the dog-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을 야구판에서 매년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 익숙치 않은 외국인은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프로야구만이 고정적으로 갖고 있는 독특한 9월의 잔여경기 소화과정은 올해처럼 막판 순위싸움에 나름대로 재미를 더해주고 있고, 선수들도 편하게 야구를 할 수 있어 좋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포스트시즌 일자도 우천취소 경기를 대비해 넉넉하게 일정을 띄워놓고 있다.
따라서 튼실한 피칭스태프를 보유한 팀은 징검다리식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유리하다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또 알게 모르게 상위팀이 뒷날 편안한 상대를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있어 관심을 끌기도 한다. 비록 불만의 목소리가 있긴 하지만….
좌우지간 앞으로 돔구장이 생기기 전까진 국내 구장 환경상 천수답을 면하기 어려워 9월의 노래는 계속될 것이므로 이름이나 하나 지어 주는 것도 어떨까 싶다.
/이광한 야구인
프로야구의 기본철학은 마라톤과 같다.
하루에도 죽었다 살았다를 수없이 외치며
산넘고 물건너 구비구비 돌아가는
인생의 축소판에서 팬들과 함께 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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