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다독이는 코트위 ‘무게추’ 네번의 챔프 주역 “한번만 더”
8월 중국 톈진에서 열린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 한국에서 TV 중계를 통해 대표팀 모습을 지켜보던 전주 KCC 추승균(35)은 중국에 있던 소속팀 후배 하승진(24)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틀밖에 볼을 안 만진 상태에서 욕심내지 마라. TV로 보니까 자꾸 짜증내던데, 그런 모습도 좋지 않다.” 당시 하승진은 재활을 끝내고 체력훈련만 소화하다 갑작스레 호출을 당했는데, 공연히 과욕을 부리다 탈이 날 것을 염려한 것이다. “후배들은 포도알, 승균이 형은 포도줄기”라고 표현하며 추승균에게 절대 믿음을 갖고 있는 하승진은 대선배의 조언 덕에 평상심을 되찾았다.
전주 KCC 허재 감독은 평소 “내 입장에서 (추)승균이 같은 선수를 데리고 있다는 건 행운”이라고 말하곤 한다. 선수단을 꾸리다 보면 감독이나 코치가 해야 할 일이 있고,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선참이 해줘야할 몫이 있다. 추승균은 때론 맏형처럼, 때론 친구처럼 후배들을 이끌며 진정한 리더 역할을 한다. 허 감독이 “다른 팀 어떤 고참보다도 승균이가 그런 역할을 잘 해준다. 넘버원이라고 봐야 한다”고 얘기하는 건 의례적인 칭찬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는 고마움의 표시다.
오사카에서 전지훈련 중인 추승균은 16일 허 감독의 이런 평가에 “과찬의 말씀일 뿐”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우리 팀 선수들이 다른 팀에 비해 젊어 경험이 적다. 지난 시즌에 기복이 심한 플레이를 한 것도 그 때문이다. 내가 후배들보다 더 많이 뛰었고, 그동안의 노하우가 있으니까 가끔 조언을 해줄 뿐”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선수단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의사소통”이라며 “코칭스태프가 직접 할 수 없는 얘기를 후배들에게 해주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도 했다.
추승균은 지난 시즌 챔프전 MVP를 차지하며 프로농구 최초로 4번째 챔피언 반지를 낀 주인공이 됐다. 이번 시즌을 앞둔 그의 각오는 명확하면서도 단순하다. “다섯 손가락에 모두 챔피언 반지를 끼고 싶다.”
“(전)태풍이가 가세하면서 우리 팀 공격력이 훨씬 좋아졌다”는 추승균은 “삼성도, 모비스도 모두 강팀이고 다른 팀들도 전력이 탄탄해졌다. 재미있는 시즌이 될 것”이라면서 “1, 2라운드에서 잘 버틴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후배들과 함께 또 한번 우승을 이뤄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전희철, 현주엽 등 지난 시즌 뒤 또래 선수들이 쓸쓸하게 은퇴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털어 놓기도 한 그는 올해 서른다섯인 나이를 떠올린 뒤 “체력적인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더 열심히 노력해 부족함을 채우고 있다. 체력 안배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사카(일본)|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화보]KCC ‘힘든만큼 값진 우승’…“허재도 울었다”
[화보]하승진 골밑 장악…KCC 챔프전 2승 1패 리드
[관련기사]추승균, 한국농구대상 MVP 수상…하승진 신인상
[관련기사]‘챔프전 MVP’추승균, “이상민과 같이 뛰고 싶다”
[관련기사]‘이상민vs 추승균’ 손 끝에 챔프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