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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 ‘정착촌 건설’ 氣싸움 팽팽

입력 | 2009-09-18 02:58:00


■ 중동평화 특사외교 잘될까

美-유엔 ‘건설중단’요구에 이스라엘 강경입장 안굽혀
‘公敵 이란에 대응’ 공감대… 양보통한 극적 타결 가능성도

중동평화협상 재개를 둘러싸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팽팽한 기(氣)싸움을 벌이고 있다. 요르단 강 서안지역과 동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이 핵심 이슈다. 미국과 팔레스타인은 물론 유럽과 아랍, 유엔까지 이스라엘에 정착촌 건설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요지부동이다.

미국은 정착촌 문제에서 이스라엘의 양보를 받아낸 뒤 다음 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 기간에 미국-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3자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중동평화협상 재개의 물꼬를 트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침공한 뒤 협상은 중단된 상태다.

이를 위해 조지 미첼 미 중동평화특사가 14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을 갖고 정착촌 건설 중단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정착촌 건설이 완전히 동결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미국의 제안을 거부했다. 앞서 7일 이스라엘 정부는 서안에 주택 455채 신축을 승인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반발을 샀다.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는 17일 “조지프 바이든 미 부통령이 지난주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1년간 정착촌 건설 중단을 제안했다”며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6개월 동안만 건설을 중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나마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동예루살렘 지역에서는 정착촌 건설을 계속 강행할 방침이다.

정착촌 문제는 명분과 실리 면에서 양측에 중요한 사안이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으로 서안 일부와 동예루살렘을 점령했는데 언젠가 팔레스타인이 독립하게 된다면 이스라엘로서는 이들 지역에 자국민이 많이 살아야 자기 영토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팔레스타인으로서도 독립국가의 수도로 여기고 있는 동예루살렘과 오랫동안 자신의 영토였던 서안을 포기할 수 없다. 동예루살렘은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 모두 성지로 여기는 곳이다. AFP통신은 “미국으로서는 팔레스타인을 협상에 다시 끌어들이고 아랍권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정착촌 건설 중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버락 오바마 정부가 이스라엘의 고집을 계속 참아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15일자 사설에서 “모처럼 찾아온 중동 평화의 기회를 놓칠 위기에 놓였다”며 “조만간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미 정부가 새로운 제안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는 16일 “미국이 2년의 협상 시한을 제시한 뒤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서안과 동예루살렘을 팔레스타인 영토로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미국과 이스라엘 등이 공적(公敵)인 이란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조금씩 양보하는 선에서 타협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미첼 특사가 18일 네타냐후 총리,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연쇄 회담을 가지기로 해 미 정부는 3자 정상회담 성사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