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놓으면 안 돼요, 정말 놓지 마세요.” 아이들은 아빠에게 애원하듯 말 하지만 결국 모든 아빠들은 ‘매정하게’ 손을 놓는다. 하지만 비로소 그 순간에서야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두 바퀴 탈것’은 진정으로 ‘내 것’이 된다. 모르긴 몰라도 자전거를 배운 그 계절은 가을이었을 테다. 문득 첫사랑을 떠올리듯 이 계절엔 그렇게 페달을 밟고 싶어진다. 》
■ 요즘 눈길 끄는 자전거
● 누워 타는 ‘리컴번트’, 앞바퀴가 큰 ‘오디너리’
하지만 그냥 평범한 자전거는 싫을 수 있다. 과거에는 산악용 자전거(MTB)나 도로용 자전거(사이클)가 아니면 대안이 없었지만, 최근에는 특이한 형태와 다양한 디자인의 ‘에지’ 있는 자전거들이 평범함을 거부하고 있다.
먼저 앉아서 타야만 한다는 자전거의 고정관념을 깬 ‘리컴번트 바이크(recumbent bike)’가 있다. 보통 리컴번트라고 부르는데, 리컴번트는 ‘드러누운, 기댄’이라는 뜻. 이름처럼 누워서 타는 자전거다. 누워서 타기 때문에 상당히 편하다. 프레임의 형태가 일반 자전거보다 낮아 큰 하중을 쉽게 견디는 것도 특징이다. 따라서 짐을 많이 실을 수 있어 장거리 여행에 유리하다. 바람의 저항을 적게 받기 때문에 빠른 속도를 낼 수도 있다. 단점은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것. 최소 100만 원부터 1000만 원까지.
눈길을 끄는 자전거로는 ‘오디너리(ordinary) 자전거’도 빼놓을 수 없다. 앞바퀴가 큰(big wheel) 자전거인 오디너리는 자전거를 보편화시켰다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의류업체 로고로 사용돼 ‘빈폴 자전거’로도 불린다. 아름다운 디자인이나 속도감 때문에 아직도 유럽에 동호회가 존재하지만, 자전거를 잡고 세워줄 하인이 없으면 탈 수 없다는 점, 노면이 불안할 경우 앞으로 고꾸라지기 쉽다는 점 때문에 잘 이용하지 않게 됐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자전거 업체인 ‘코렉스’와 의류업체 ‘빈폴’이 손을 잡고 ‘빅시’라는 이름의 오디너리 자전거를 내놓으며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 명품 회사들의 명품 자전거
역시 ‘탈것’이라는 같은 범주이기 때문에 명품차를 만드는 회사의 자전거도 명품 대우를 받고 있다. BMW의 대표적 자전거인 ‘BMW 투어링 바이크’는 27단 변속기, 후방 라이트, 어린이 의자, 음료수 받침대, 외발 받침대, 충격완화 좌석 등을 갖췄다. 가격은 249만7000원. 메르세데스벤츠는 올해 ‘피트니스 바이크’를 새롭게 선보였다. 운전자에 따라 각도와 앵글이 조절되는 핸들 시스템과 다양한 액세서리의 탈부착을 편리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을 갖췄다. 가격은 297만 원. 아이들을 위한 ‘드라이브트레인’은 79만2000원 등이다.
구찌는 고객의 요청에 따라 자전거를 주문 제작하고 있다. 구찌를 연상시키는 갈색 계열의 프레임에 초콜릿 색상 가죽으로 만들어진 안장, 핸들, 브레이크를 접합했다. 가격은 400만∼1000만 원대. 국내에서는 영화배우 배두나가 이용해 관심을 모은 샤넬 자전거가 유명하다. 가격은 1200만 원대로 알려져 있다. 북유럽의 자전거 제작사 ‘아우루마니아’는 11만7000달러(약 1억5700만 원)짜리 고급 자전거를 내놓기도 했다. 실제 타기보다는 소장용으로 24K 순금과 600개가 넘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고급 가죽 손잡이와 안장으로 치장했다.
● ‘앙드레김 자전거’ 등 인기
‘국민 디자이너’ 앙드레 김도 삼천리자전거와 손을 잡고 ‘앙드레김 자전거’를 내놨다. 알루미늄 프레임과 고급 부품을 사용한 앙드레김 자전거는 나무줄기, 꽃, 용무늬 등 세련된 패턴과 하얀 바탕에 핑크, 보라, 오렌지색 등 화려한 색상으로 디자인됐고 고주파 방식으로 인쇄된 안장과 그립 등 고급 액세서리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아동용, 여성용, 미니벨로(바퀴 지름이 18∼22인치 정도로 작은 자전거), 접이식 자전거 등 총 12종으로 구성돼 있으며 가격은 20만∼50만 원.
요즘 작은 자전거를 뜻하는 ‘미니벨로’는 자전거의 트렌드다. ㈜에이모션의 자전거 브랜드 아메리칸이글의 미니벨로 ‘미니맥스’는 차체가 모두 카본 소재로 이뤄져 튼튼하면서도 무게가 9kg에 불과할 정도로 가볍다. 접이식이어서 자동차에 넣기 쉬운 것도 장점. 가격은 340만 원으로 상당히 비싸다.
24단이니 27단이니 하며 자전거 기어를 자랑하는 것도 이제는 옛말이다. 단순하고 간단한, 그래서 너무나도 인간적인 ‘싱글 기어 자전거’도 인기다. 변속기 없이 기어가 하나만 달린 자전거를 ‘픽스트 기어 바이크(fixed gear bike)’라고 하는데 ‘픽시’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배터리로 달리는 자전거도 있다. 이 자전거는 전동 모터가 함께 돌아가고 있어서 페달 밟는 힘에 모터의 힘이 합쳐져 속도가 빠를뿐더러 경사가 심한 언덕길도 사뿐하게 올라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100만 원 미만부터 300만 원대까지 가격은 다양하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