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 서울 잠실야구장. 경기가 없는 월요일인데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어둠이 깔리자 대형 전광판이 켜졌다. 관중이 아닌 관객들은 영화가 시작되자 숨을 죽인 채 화면을 지켜봤다.’
내년부터 잠실야구장에서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서울시와 LG, 두산은 내년 시즌이 시작되는 4월부터 매주 월요일 저녁 한 차례 영화를 상영할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요금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극장 요금과 비슷한 8000∼9000원 선(성인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구장에서 정기적으로 영화를 상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정부가 16일 발표한 ‘내수 진작 확충 방안’에서 내년부터 경기장에 영화관, 웨딩홀 등의 입점을 허용하기로 규제를 완화한 데 따른 것이다.
잠실구장은 지난달 대형전광판을 교체했다. 서울시가 43억 원을 투입했다. 새 전광판은 가로 30m, 세로 10m 크기로 대형 영화관 못지않다. 아날로그에 비해 화질이 두 배 이상 깨끗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야구장 영화관은 탁 트인 야외에서 영화를 즐긴다는 장점이 있다”며 “야구장이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잠실구장은 3만500석 규모. 이 가운데 전광판에서 영화 관람이 가능한 공간은 1루와 3루 측 내야석과 중앙 본부석 등 2만 석 정도다. 그라운드의 경우 잔디가 훼손될 우려가 있어 객석으로 사용할 수 없다. 서라운드 음질을 갖춘 스피커도 추가로 도입해야 한다.
한 프로야구 관계자는 “야구단들이 해마다 1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야구장 영화관은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